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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인박해로 순교 佛 선교사 후손들, 칠곡 신나무골서 '순교 영성' 만나

성지 미사 집전 조환길 대주교 "韓'佛 천주교는 뗄 수 없는 인연"

17일 칠곡 신나무골에서 천주교대구대교구 교구장 조환길 대주교 주례로
17일 칠곡 신나무골에서 천주교대구대교구 교구장 조환길 대주교 주례로 '프랑스 순례단 신나무골 성지 미사'가 열렸다. 천주교대구대교구 문화홍보실 제공

프랑스 천주교 9개 교구 성직자들과 병인박해 때 한국에서 순교한 프랑스 파리 외방선교회 선교사들의 후손 70여 명 등 모두 80여 명으로 구성된 프랑스 순례단이 17일 칠곡 신나무골을 방문했다.

이달 14~23일 9박 10일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 중인 이들은 박해 시대에 형성된 영남지역 대표적 신앙 유적지인 신나무골을 방문, 선조들의 순교 영성과 마주했다.

프랑스 순례단은 이날 오전 11시 신나무골에서 천주교대구대교구 교구장 조환길 대주교 주례로 열린 '프랑스 순례단 신나무골 성지 미사'에 참례했다. 대구대교구 5대리구 교구민 수백 명도 참례해 프랑스 순례단을 환영했다.

조 대주교는 미사 강론에서 우리나라에 왔던 프랑스 선교사들의 행적을 자세히 설명하며 프랑스 천주교와 한국 천주교의 떼려야 뗄 수 없는 인연을 강조했다. 조 대주교는 "우리는 오늘 자랑스러운 신앙 선배들을 기념하기 위해 모였다. 180여 년 전 젊은 선교사들이 불란서(프랑스)와 조선의 1만㎞가 넘는 거리를 이어줬다. 현재까지 한국에 모두 178명의 프랑스 선교사가 왔고 그중 24명이 순교했다. 기해박해 때 3명, 병인박해 때 9명, 한국전쟁 때 12명이 순교했다"고 했다.

이어 조 대주교는 "프랑스 선교사들은 모든 것을 포기하고 조선으로 왔다. 조선의 신자들도 모든 것을 포기한 채 신앙을 갖고 선교사들과 만났다"며 "선교사들은 신자들과 똑같이 가난하게 살았다. 그리고 선교사들은 신자들에게 존재만으로도 위로가 되는 사람들이었다"고 했다.

병인박해는 1866~1871년 천주교 신자 8천여 명이 목숨을 잃은 한국 천주교 최대 박해 사건이다. 신나무골은 병인박해를 피해 신자들이 모여든 곳이다. 신나무골 역시 프랑스와 인연이 깊다. 신나무골은 1885년 대구 지역의 첫 주임신부로 부임한 프랑스 선교사 로베르(김보록, 1853~1922) 신부가 머물면서 사목과 선교의 근거지로 삼은 대구대교구 첫 본당 터다.

이번에 방한한 프랑스 순례단의 성직자는 보르도 대교구장 장 피에르 리카르 추기경을 비롯해 뤼송 교구장 알랭 카스테 주교, 갑 앙브랭 교구장 장 미셀 디 팔코 레앙드리 주교, 앙굴렘 교구장 에르베 고슬랭 주교, 랑그르 교구장 조셉 드 메츠 노블라 주교, 아미엥 교구장 올리비에 르보르뉴 주교, 르망 교구장 이브 르 소 주교, 디뉴 리에 시스테롱 교구장 장 필립 노 주교, 엑상프로방스 교구 총대리 미셀 데플랑슈 신부 등 모두 9명이다.

프랑스 순례단은 오늘(18일) 안동교구를 방문해 안동교구 교구장 권혁주 주교 주례 미사에 참례하고 가톨릭농민회와도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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