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어르신 수상(隨想] 경로당을 어르신행복센터로

세계에 그 유례가 없는 우리나라 경로당의 역사는 고려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려 때 노소(老所)라는 공간이 있어 양반 가정의 사랑방에 설치하여 친교와 구빈의 역할을 하였으며, 조선시대에는 태조 때 만들어진 기로소(耆老所)에서 70세 이상 노인들에 대한 예우로서 왕도 늙으면 함께하였다고 전해지고 있다. 그러다가 조선시대 말 일제강점기에 없어졌다가 자유당 정부 때부터 노인정이 설치되어 1970년대 정부 예산이 지원되면서 활기를 띠었다. 1989년 노인복지법 개정으로 오늘날 경로당으로 명칭이 바뀌고, 1991년에는 아파트를 건축할 때 경로당 건립이 의무화되면서 경로당이 명실공히 노인들의 건강 여가 복지시설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러한 역사를 거치면서 전국 6만4천여 개 경로당은 노인들의 건강 여가 활용 시설로 많은 발전을 해 왔는데, 경로당의 기능적인 측면에서 많은 장점을 보여주고 있다.

첫째 경로당이 갈등 해소를 위한 공동체적 공간이란 점이다, 경로당은 화합과 소통의 장이 되어 가족과 마을 간의 갈등 해소에 기여해왔다. 무너진 전통도 살리고, 노인들의 자살과 학대 예방의 장이기도 하다. 둘째는 노인들의 건강증진을 도모하는 공간이다. 경로당에 건강 여가 프로그램 및 체육시설 지원으로 건강증진과 의료비를 줄일 수 있다. 셋째 경로당에서는 집단복지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조직화되고 체계화된 대한노인회 경로당을 통하여 비용은 적게 들이면서도 만족도는 높은 집단적 복지가 가능하다,

이러한 장점으로 지역사회에서 노인들의 건강 여가 활동 공간으로 국가나 지방정부에서 많은 관심과 지원을 해오고 있지만 경로당 운영에 미흡한 점도 적지 않다. 주요한 문제점은 다양한 여가 프로그램의 부족, 예산지원 부족, 시설의 협소와 낙후성, 설비와 기자재의 부족, 지역사회 자원 활용의 통합성 부족, 노인들의 참여도 부족 등이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고 노인들의 행복한 노후생활을 지원하기 위하여 현재의 경로당 수준에서 어르신행복센터로 향상되어야 하리라 생각된다. 현재의 사랑방과 단순 여가시설 수준에서 벗어나 건강증진, 노노케어, 재능나눔, 자원봉사, 일자리 창출, 인문사회 문화예술 등 높은 수준의 프로그램 지원 등 사회적 예우를 감안한 지원으로 어르신행복센터로서의 위상을 갖추어야 한다. 이러한 행복센터가 활성화되면 어르신들의 행복은 물론 국가나 사회도 행복할 것이다.

경로당이 지역사회 노인들에게 접근성이 가장 좋은 대표적인 여가시설로서의 기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다양한 주체에서 적극적인 노력과 투자가 필요하다. 경로당 운영이 활성화된다면 지역사회 노인복지 증진은 물론 나라 전체의 노인복지 발전에도 크게 기여하리라 생각된다. 다시 말하면 국가나 사회에서도 어르신의 행복이 곧 국가의 행복이라는 인식의 대전환이 필요하며, 노인을 바라보는 시각의 변화 또한 절실히 요구된다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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