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달성군에선 언론을 통해 올해 중으로 '비슬산참꽃케이블카 타당성 및 기본구상 용역이 발주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비슬산엔 자연휴양림 개장과 함께 참꽃축제가 열리고, 신라 헌덕왕 때 세운 대견사 터에 절을 짓게 되자 많은 사람들이 이곳으로 몰리고 있다.
그래선지 내방객 증가에 따른 보행 약자 등의 편의 제공과 산림 환경 및 생태 보호를 위하여 전기차를 도입하였다. 하지만 수요를 감당하지 못한 탓일까, 올해도 참꽃축제 때 작은 버스가 쉼 없이 오르내렸다. 소형인 데다 산간을 힘겹게 오르느라 매연과 콘크리트 흙먼지를 날렸고, 도보 탐방객들은 많은 불편을 감수해야 했다. 애당초 자연환경을 중요시해 전기차를 도입했다면 버스 투입은 그에 반한 오해를 받을 수 있다. 게다가 반복적인 급경사와 급커브는 안전성에도 문제가 있다. 이런 측면을 감안해 전기차를 증차하기에 앞서 장기적인 대안으로 케이블카 설치를 검토했으리라 생각한다.
비슬산은 천왕봉을 중심으로, 북쪽으로 가까이는 수도봉과 석검봉을, 멀게는 삼필봉'청룡산'성불산이, 남으론 월선봉'조화봉'대견봉'금수봉'관기봉'필봉이 우뚝하다. 이곳에는 능선부와 산비알 할 것 없이 진달래꽃밭이 되다시피 해 봄이면 절정을 이루면서 상춘객을 불러들인다.
한 해는 멀쩡하던 진달래가 참꽃축제를 앞두고 꽃이 영 시원찮았다. 도대체 원인이 뭔지 포기 포기를 젖혀 가며 면밀히 살폈다. 그러다가 꽃받침 밑에 바짝 붙은 작은 벌레를 발견했다. 건드리자 꿈틀거렸다. 혹시나 해서 겹겹이 쌓인 꽃망울도 벗겨 봤다. 혹시나가 역시나였다. 저절로 생겼을까, 바람 따라 왔을까, 인파 때문에 토양이 오염되어서일까. 하소연과 함께 알코올에 밀봉해 옛 동료가 근무하는 경상북도산림환경연구소로 보냈다. 큰뾰족가지나방 애벌레였다. 즉시 항공 방제 요청을 했지만 산림청의 헬기 방제에도 박멸되지 못했다. 지금 진달래가 듬성듬성한 곳은 그때 수액이 흡즙돼서 죽은 자리다. 게다가 미역줄나무도 가세하여 목을 조였다.
군위 인각사의 '고려국화산조계종인각사가지산하보각국존비'에는 포산(비슬산)에서 일연이 머문 암자는 보당암'묘문암'무주암이라 돼 있다. 대견봉 밑에만 절터 넷에, 두 곳엔 통일신라 후기에서 고려 초기로 짐작되는 석탑도 함께 있다. 삼국유사 일연의 암자인지 아닌지는 발굴이 관건이다.
이렇게 호적도 밝혀내지 않은 절터에 중장비가 드나들어 일부 축대가 변형됐고, 해수욕장에서나 볼 수 있는 의자도 침대도 아닌 몸 눕히는 시설을 설치해 '힐링 쉼터'를 만들었다. 금당 앞에 다래 주렁주렁하던 다래 넝쿨도 가을 정취였는데 오로지 기억의 넝쿨일 뿐이다. 휴양림 동선엔 시가지처럼 인도를 만들고, 임도는 노폭을 더 넓혀 석축도 쌓았다. 인도엔 피나무 한 그루, 임도엔 대팻집나무 한 그루가 자랐는데 그 귀한 나무도 보이지 않는다.
810년에 세운 신라 사찰 대견사, 그 터(址)가 절(寺)로 바뀌면서 절터 가던 옛길에 우람한 진달래와 괴석 등 풍치를 건드려 차도가 됐다. 뾰족한 암봉 금수봉에는 서쪽 절벽 틈에 금빛 물이던 샘터가 있다. 봉우리 암반을 천공하면서 전망대를 세워 행여 수맥이 끊어질까 염려된다.
전문가들은 문화재와 산림 환경 및 식물상을 깊게 사려하지 못했다며 크게 경악했다. 그렇다. 새로 들이고, 더 늘리는 것은 사람들이 몰린 데서 비롯된다. 자연을 그냥 놔두지 않은 폐해라 할 수 있다. 이쯤에서 99만1천여㎡(30만 평)의 진달래 군락지도 이젠 휴식년제를 검토하면 어떨지, 케이블카 설치도 숙고의 대상이 될는지 모르겠다. 비슬산, 삼국유사의 포산(包山)을 기억하게 했으면 좋을 텐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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