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시절 나의 꿈은 100m 육상선수였다. 수업시간 중간에 쉬는 시간이면 운동장을 미친 듯이 달렸던 기억이 난다. 학교에서 좀 뛴다고 하는 아이들과 늘 육상대결을 했었고 교내에선 누구도 나를 이기지 못한다는 것에 만족해했다. 25년이 지난 지금도 초등학교 동창회를 나가면 나는 스프린터로 불린다. 그리고 친구들과 그 시절 육상 이야기를 할 때면 늘 따라붙는 말이 있다. "우리 학교에서 100m 2인자였다 아이가!"
6학년 봄에 있었던 일이다. 초등학생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체격이 큰 아이가 전학을 왔다. 엄청나게 빠르다는 소문이 있었고 육상부 선생님의 호출로 그 친구와 100m 대결을 하였다. 긴장은 조금 되었지만 늘 그랬듯이 내가 이길 거라 확신했다. 그러나 결과는 내 예상을 여지없이 비켜갔다. 전학생이 간발의 차로 나를 앞서 결승선을 통과하였다. 인정할 수 없어 또다시 대결을 신청했지만 결과는 똑같았다. 금세 학교에 소문이 퍼졌고 나는 더 이상 1등이 아니란 마음에 며칠을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1등이라는 타이틀을 돌려받기 위해 그 후 엄청나게 노력했다. 3개월간 학교 운동장을 밤낮 할 것 없이 열심히 뛰었다. 하지만 결국 1년 동안 그 친구를 한 번도 이겨보지 못한 채 졸업을 맞이했다. 여담이지만 그 전학생은 1992년 대구소년체전 100m 개인전 결승에서 2등, 400m 계주에서 마지막 주자로 나서 극적인 역전극을 펼치며 우리 학교를 1등으로 이끌었다. 덕분에 나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하면 된다'라는 말이 통하는 시대는 지난 듯하다. 이미 초등학교 시절 '능력의 한계'라는 것을 달리기를 통해 몸소 깨우쳤던 것 같다. 부모님들이 자주 말하는 "우리 아이가 머리는 좋은데 노력을 안 해서 공부를 못해요"는 과연 맞는 말일까. 물론 성실성, 인내심도 개발하기 나름이지만 그러한 성격조차도 능력의 일부에 속할지 모른다.
사람에겐 누구나 자기만이 가진 고유한 재능이 있고 분야에 따라 그 능력의 차이는 엄청나다. 누구든 파바로티처럼 노래하고 싶어 하고 아인슈타인처럼 좋은 두뇌를 가지길 원한다. 하지만 죽을 힘을 다해 노력해도 그 실력에 버금가는, 아니 반이라도 따라갈 수 있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현대는 다른 이와 비교하여 느끼는 상대적인 박탈감에서 오는 불행이 더 크다고 한다. 서머힐 학교라는 영국 최초의 대안학교를 설립한 교육학자 닐은 "인간의 가장 큰 어리석음 중 하나는 나와 남을 비교해가며 불행을 키우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얻을 수 없는 것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처해 있는 현실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 비교에서 자유로워지며 스스로 삶에 의미와 가치를 부여하는 것이 이 시대를 진정 행복하게 살아가는 비결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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