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택시 블랙박스는 '먹통'…유지·보수 안돼서 고장 방치

설치 직후 공급업체 문 닫아

'대구 택시 블랙박스는 무용지물'

법인택시를 모는 기사 A씨는 지난여름 접촉사고를 처리하느라 진땀을 뺐다. 택시에 설치된 영상기록장치(블랙박스) 영상을 확인하려 했지만, 녹화가 안 됐기 때문이다. A씨는 "대구시 보조금을 받아 몇 해 전 블랙박스를 설치했지만, 해당 업체가 문을 닫아 고치기 어려웠다는 게 회사 답변이었다"면서 "사고 예방과 원활한 사후 처리를 위해서는 블랙박스가 꼭 필요한데 시에서 설치만 해놓고 관리를 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대구시가 11억원이 넘는 돈을 들여 대구 택시에 블랙박스를 설치했지만, 유지 보수와 교체 등 사후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곳곳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시는 2010년부터 2년간 총예산 21억여원(시비 11억여원)을 투입해 법인과 개인택시 1만6천여 대를 대상으로 블랙박스를 설치했다. 택시업계에 따르면 설치 직후 블랙박스 공급 업체가 문을 닫았고 유지 보수를 담당했던 대구 영업점도 하나둘 문을 닫아 지금은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다.

이 때문에 대구 택시 중 상당수가 고장 난 블랙박스를 달고 운행 중이다. 10년째 택시를 몰고 있다는 한 운전자는 "대구시가 어떻게 공급·서비스 업체를 선정했기에 블랙박스를 달자마자 공급 업체가 문을 닫고 유지 보수조차 안 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며 "사고 예방과 시민 안전을 위해 세금을 들여 설치한 것인데도 워낙 고장이 잦아 작동하지 않는 것을 그냥 달고 다니는 경우가 부지기수"라고 혀를 찼다.

하지만 대구시는 교체는 물론 사후 관리에 미온적이다.

대구개인택시운송조합 관계자는 "대구와 비슷한 시기에 블랙박스를 설치했던 서울과 부산은 2014년, 2015년에 걸쳐 교체 작업을 진행했다"면서 "의무 보증기간 3년을 훌쩍 넘겼고, 조합원들 사이에서 고장이 잦다는 목소리가 커 시에 몇 차례 교체 요구를 했지만 동일 사업에 중복으로 지원할 수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시가 블랙박스 사후 관리에 손을 놓고 있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택시업계 관계자는 "블랙박스를 한 번 설치하면 반영구적으로 작동하는 것으로 아는 운전자가 적잖아 별다른 관리를 하지 않다가 사고가 났을 때 작동하지 않는 것을 알게 되는 경우가 다반사"라며 "내부 메모리 주기적 교체 등 관리 방법을 사업 추진 단계에서 적극적으로 알려야 세금 낭비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대구시 관계자는 "예산 확보에 어려움이 있어 다른 지방자치단체에 비해 교체 작업이 늦어진 측면이 있다"면서 "내년에 예산을 확보해 법인택시 블랙박스를 새로 설치하고 이듬해 개인택시 블랙박스도 전면 교체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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