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국가산업단지는 아산'오송'울산 등 다른 국가산단과 비교할 때 교통 인프라가 형편없다. 날로 쪼그라드는 국가산단이 되는 이유다.
평택 등 일부 수도권 지역은 국가산단이 아닌 일반산업단지인데도 KTX 노선 신설 등 중앙정부 차원의 교통 인프라 지원이 있지만 구미는 사정이 딴판이다.
구미산단은 한때 내륙 최대 수출기지로 우리나라 경제 발전에 견인차 역할을 했지만 중앙정부의 관심 부족으로 그 위상이 끝없이 추락 중이다.
◆KTX도 안 다니는 구미(?)
구미는 전국 최대 수출기지이지만 KTX 역사는 물론, 노선조차 없다. 김천 남면에 위치한 KTX 김천'구미역의 지난해 이용객 숫자는 136만 명. 이 중 80% 정도가 구미 이용객으로, 하루 3천여 명에 달한다. 올 들어선 전체 이용객 수가 하루 4천500여 명으로 늘어 구미 이용객도 하루 3천600여 명으로 불었다.
구미 이용객이 사실상 대다수인 KTX 김천'구미역이지만 이 역에서 내려 구미산단까지 승용차로 이동하면 소요 시간은 무려 50분가량 걸린다. 서울에서 KTX를 타고 김천까지 소요되는 시간이 1시간 30분에 불과한 것에 비하면 구미로의 접근성이 너무나 떨어지는 것이다.
구미산단 주변에서 KTX 김천'구미역까지 리무진 버스가 하루 26회 정도 운행되지만 승용차 이용 때보다 시간은 더 걸리고, 택시를 탈 경우엔 3만~4만원의 요금이 나와 부담이 만만치 않다.
이 때문에 KTX를 이용해 구미를 찾는 기업체'바이어 관계자들은 "서울에서 KTX 김천·구미역까지 오는 시간 및 비용이나 역에 내려 구미산단까지 가는 시간'비용이나 큰 차이가 없다"는 얘기까지 하는 상황이다.
구미와 아산'오송'울산'포항'익산 등 다른 대부분의 국가산단들은 KTX 노선이 신설 운행되고 있다. 특히 평택은 국가산단이 아닌 일반산단임에도 KTX 수서~평택 노선이 오는 연말 개통을 앞두고 있다. 구미 지역에선 정부에 KTX 구미역 신설 또는 경부선 구미역에 KTX 정차 등을 건의해 두고 있다.
류한규 구미상의 회장은 "수출기지인 구미를 되살리기 위해선 KTX 접근성 개선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구미 경제 위기 극복의 해법 1순위"라고 지적했다.
◆이대로는 안된다
구미는 수출기지임에도 철도CY(수출용 컨테이너 야적장)도 없다. 구미산단 내 수출입 업체들은 인근 지역인 칠곡 약목면의 철도CY를 이용하고 있다. 구미산단의 하루 평균 컨테이너 물동량은 370TEU(180대분)에 이른다. 하지만 컨테이너를 처리할 물류기지가 없는 것이다.
구미산단 및 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구미에 새로운 철도CY를 신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수년 전부터 커져 왔지만 사업 성패의 열쇠를 쥐고 있는 중앙정부는 말이 없다.
인프라가 부족한 구미산단의 문제점이 곳곳에서 불거지고 있는 가운데 구미산단 내 삼성'LG 계열사들은 수도권과 중국'베트남 등지로 이탈하고 있다.
삼성코닝은 2년여 전 구미에서 아산으로 아예 공장을 옮겨 버렸고, 삼성전자는 연구개발 부문을 중심으로 인력을 수원으로 빼고 있다. 생산 물량 역시 베트남 등지로 지속적으로 빠지는 중이다.
LG전자는 평택으로, LG디스플레이는 파주로 사업 비중이 옮겨졌다. 베트남 등 해외로의 이탈은 LG 계열사들도 마찬가지다. 이로 인해 구미산단은 수출 실적과 일자리 등이 지속적으로 줄고 있다.
구미의 전국 수출 비중은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10%대를 차지했었으나 최근엔 5% 이하로 반 토막 났다. 규제완화 바람을 타고 기업 투자가 수도권으로 집중되는 데다 대기업들은 저렴한 인건비, 글로벌 시장 입지 구축 등을 이유로 베트남 등지로 이탈하고 있는 탓이다.
구미세관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달까지 구미의 수출 실적은 181억4천5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205억7천800만달러)에 비해 24억3천300만달러(2조7천600여억원), 11.8%나 감소했다.
이런 추세라면 구미의 올 수출 실적은 지난해 273억달러보다 10% 이상 감소한 250억달러 수준에도 못 미칠 전망이다. 이는 12년 전인 2004년(272억7천800만달러) 수출 실적에도 못 미친다.
구미의 수출 실적은 2013년 367억3천100만달러, 2014년 325억1천600만달러, 지난해 273억달러로 매년 큰 폭으로 줄고 있다.
전국 수출에서 차지하는 구미 수출 실적 비중 추락도 속도가 너무 빠르다. 2003년 구미의 수출 실적은 211억달러에 불과했지만 전국 수출 비중은 10.9%를 차지했다. 또 2004년과 2005년 각각 10.7%를 기록한 후 2006년은 9.3%, 2007년 9.4%, 2009년 8%, 2010년 6.0%, 2014년 5.6%, 지난해 5.1%, 올 들어선 지난달 말 현재 4.8%로 하염없이 추락하고 있다.
구미의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교통 인프라 부족 등 중앙정부의 차별 대우가 구미산단을 날로 쪼그라들게 만들었다. 중앙정부의 형평성 있는 정책 수립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홍준표, 정계은퇴 후 탈당까지…"정치 안한다, 내 역할 없어"
[매일문예광장] (詩) 그가 출장에서 돌아오는 날 / 박숙이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세 번째 대권 도전마저…홍준표 정계 은퇴 선언, 향후 행보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