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낮엔 배달 밤에 충전…1t 트럭, EV 견인하나

전기차 보급 좌우할 '1t급 상용차' 개발

낮에 일정 거리를 달리고 밤마다 충전할 수 있는 1t급 상용 전기차가 전기차 보급의 실마리를 쥐고 있다. 국내에서는 대동공업과 르노삼성, 디아이씨 등이 2020년까지 1t급 상용 전기차를 개발, 보급할 예정이다. 디아이씨의 1t급 상용 트럭
낮에 일정 거리를 달리고 밤마다 충전할 수 있는 1t급 상용 전기차가 전기차 보급의 실마리를 쥐고 있다. 국내에서는 대동공업과 르노삼성, 디아이씨 등이 2020년까지 1t급 상용 전기차를 개발, 보급할 예정이다. 디아이씨의 1t급 상용 트럭 '칼마토'와 일본 미츠비시자동차의 상용 전기차 라인업 '미니캡-MiEV', 닛산자동차의 전기 트럭 'e-NT400'.

'1t급 상용 전기차(EV'Electric Vehicle)가 국내 EV 보급의 향방을 좌우한다?'

차세대 친환경 신기술로 꼽히는 EV가 생각보다 더디게 보급되는 가운데 1t급 상용 EV가 EV 및 EV기술 확산의 실마리로 손꼽히고 있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EV가 도입됐을 때 그 효용을 극대화할 수 있는 주요 분야로 상용차 시장을 주목했다. 일정 노선을 순환하고 정해진 거리만을 다니는 차는 한 번 충전으로 필요한 거리를 오간 뒤 쉬는 동안 충전할 수 있어 수요가 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낮에만 운행하고 밤에는 운행하지 않는 거점 버스 등은 전용 차고지에 손쉽게 충전기를 확충할 수 있고 차들이 번갈아가며 충전할 수 있다. 아울러 차가 운행하지 않는 밤 시간대에 저렴한 심야전기로 충전할 수 있어 연료 비용을 아끼고 사업자 지출도 줄일 수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모든 상용차를 EV로 대체하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차체가 클수록 많은 동력을 필요로 하다 보니 비싼 배터리 가격으로 인해 판매가가 올라갈 것이 불 보듯 뻔해서다.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지난 7월부터 제주 서귀포에 25대의 전기버스를 운영하고 교체형 배터리, 정류장 정차 시 자동 충전되는 무선충전 시스템 등을 도입하기로 했으나 현재 주춤하고 있는 것 또한 같은 이유에서다.

◆1t 소형 화물차, 낮에 배달하고 밤에 충전하고

이런 이유로 EV업계는 국내 1t 소형 화물 시장을 주목하고 있다. 특히 지역에 거점을 둔 택배나 배달차는 대부분 정해진 구간을 운행하고 야간에는 운행하지 않는다. 또 물류창고나 차고에 충전기를 설치할 수 있고, 차체가 작아 배터리 용량이 그리 크지 않아도 돼 배터리 비용이 덜 든다.

관건은 화물을 적재했을 때 에너지를 얼마나 소모하도록 만들 것이냐 하는 점이다. 화물 적재량이 많고 그 화물이 무거울수록 에너지를 크게 소모할 수밖에 없는데, 주행 중 연료를 다 써버리면 도중에 충전할 일이 막막할 수 있다. 그 때문에 주행 가능 거리와 적재량에 따른 동력 조절 기능이 현재의 중요 개발 과제다.

일본에서는 이미 소형 트럭을 중심으로 전기차가 확산되고 있다. 이달 초 미츠비시자동차는 상용 EV인 '미니캡-MiEV 밴'과 '미니캡-MiEV 트럭' 등을 출시한 바 있다.

우리 정부는 2020년까지 1회 충전으로 250㎞를 주행하는 상용차를 개발하는 것이 목표다. 일정 노선을 순환하는 1t 택배차가 하루 평균 150㎞ 미만으로 주행하는 점을 감안한 것이다. 다만 많은 사업자들이 1t 차를 여러 대 순환해가며 쓰지는 않는 점을 감안할 때 차량 한 대가 하루 250㎞ 이상 주행할 수도 있음을 고려할 필요는 있어 보인다.

이런 이유로 전기차 업계는 하이브리드 방식의 1t 차를 개발, 중'장거리 사업자의 EV 수요 역시 맞추려는 계획이다. 국내에서는 알테(Alte) 등 EV 시스템 개발 기업들이 1t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화를 추진하고 있다.

◆대동공업과 디아이씨, 상용'승용 전기차 보급 촉매제 될까

'EV 생산 도시'를 꿈꾸는 대구시는 EV 비즈니스 모델로 1t급 상용 EV 생산, '차량제어장치'(VCU) 등 EV 핵심 부품 개발이라는 2개 트랙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이 가운데 EV 생산 현황을 보면 농기계 업체 대동공업㈜은 르노삼성차, LG전자, 자동차부품연구원, 포스텍 등 8곳과 함께 컨소시엄을 꾸려 1t급 EV를 개발하고 있다. 올해부터 2019년까지 총 247억원을 투입해 완충 시 주행거리는 250㎞가 넘고, 최고 속력은 120㎞/h에 달하는 EV(밴, 오픈 플로어 등 2종)를 개발하는 사업이다.

대동공업 컨소시엄은 국산 기술로 만든 배터리'EV용 파워트레인 시스템 및 부품을 적용하는 것이 목표다. 르노삼성이 차를 설계하고 대동공업이 생산 라인을 구축해 조립할 예정이다. 내년까지 시제 차량을 제작하고 이후 2019년까지 성능 향상과 실증 시험 및 인증을 마칠 예정이다.

울산의 자동차부품 기업인 ㈜디아이씨 또한 대구에 1t급 전기상용차 공장을 설립하는 내용의 투자협약을 지난 7월 대구시와 체결했다.

디아이씨는 대구국가산업단지 4만218㎡ 부지에 총 500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주로 기존 1t급 화물차를 EV로 개량하는 형태로 내년 하반기에 생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최근 대구시는 서울, 제주에 집중됐던 정부의 EV 보급 지원 예산을 대폭 가져왔다.

지난 10일 정부에 따르면 환경부가 248억원을 투입해 벌이는 내년 EV 민간보급 대수 1만5천 대 가운데 대구가 EV 2천 대를 배정받았다.

이는 대구시가 다른 광역 지자체를 따돌리고 유일하게 올해 민간 보급목표 200대를 지난 9월 조기 달성한 덕분이다. 제주(4천 대)와 서울(960대)의 보급 달성률은 각각 90%, 50% 수준이다.

EV에 대한 대구 시민의 관심이 눈에 띄게 커진 만큼, 앞으로 지역 내 완성 상용 EV에 대한 수요 역시 클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이에 따라 충전 인프라가 함께 확보되면 승용 전기차 시장도 활기를 띨 것이라는 전망이다. EV 업계가 대구의 상용 1t EV 개발 추이에 관심을 갖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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