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시민대학을 지역 창조의 허브로

요즘의 도시 경쟁력은 하드웨어보다는 휴먼웨어에 있다. 예전에는 국방 등 하드 중심이었다면 요즘은 소프트파워가 강조되고 있다. 시민행복, 새 도시 창조는 시민의 참여, 연대하는 시민의 힘이 관건이라는 것이다. 여기서 시민이라 함은 주민등록 기준의 주민, 구민과는 다른 개념이다. 시민 의식을 가지고 시민사회 형성 주체로서 자발적으로 공공정책 결정에 참여하는 사람을 말한다. 공동체 발전에 적극적인 핵심시민(civic core)은 어느 나라든 5%를 넘지 않는다고 한다. 지역 발전의 불쏘시개 역할을 할 마을 리더, 시민활동가를 어떻게 양성하여야 하는가?

시민 양성과 인재 육성은 모든 국가와 지역의 최우선 과제였다. 고대 도시국가의 엘리트 양성으로 시작된 시민교육은 덴마크가 프로이센 전쟁 패전 후 국가 발전을 다지기 위해 시민대학을 설립하자 이에 자극받아 유럽의 거의 모든 국가는 준(準) 대학 체제로 시민대학을 설립하고 상호 학점 인정 등 교류를 하고 있다. 일본은 자치단체의 평생교육진흥원 부설로 비정규대학 형태의 시민대학을 설립하여 지역 인재 만들기에 노력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그간 공무원교육 투자에 비해 시민교육은 등한시하였으나 최근 주민대학, 자치대학, 시민대학 등의 이름으로 운영을 하고 있고, 서울과 대전의 시민대학은 상당한 성과를 내고 있다.

기구의 설립은 목적이 분명해야 하고, 기존 영역과 충돌이 없어야 한다. 이미 대학이 과포화인 상태에서 유럽형의 준(準)대학 형태의 시민대학을 설립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민간이나 기존의 평생교육기관에서 잘하고 있는 부분은 그들에게 일임하고 시민대학은 꼭 해야 하는 일에 집중하고, 나머지는 아웃소싱 또는 연계하는 강소형을 지향해야 한다. 대구의 평생교육기관은 2013년 현재 1천8개, 총 프로그램은 1만6천211개로 난립 상태이며, 대학교 부설 평생교육원, 도서관, 박물관, 심지어 마을금고까지 평생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들 평생교육기관은 존재를 위한 학습(인문 교양, 문화 예술, 스포츠), 알기 위한 학습(학력 보완, 성인 문해교육), 일하기 위한 학습(일자리, 직업 능력 향상)에는 상당한 성과를 거두어 왔고, 이미 과열 상태이다.

그러나 유네스코가 말하는 평생 학습이 해야 할 4가지 기둥 중에서 소외된 영역이 바로 '공동체를 위한 학습' 부문이다. 입시와 점수 경쟁으로 정규교육에서도 잘 가르쳐 주지 않는 영역이다. 왜 마을공동체에 참여해야 하고, 그곳에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깊은 성찰이 부족했다. 시민이 가진 능력과 기술을 인증하고 등록하는 지역자격인증제와 인재등록제를 도입하여 시민 교수와 퇴직 공무원, 지역 활동가를 활용하고, 지역 활동에 필요한 지식과 방법 강좌를 통해 마을 리더, 자원 봉사자를 양성하여야 한다. 시민대학은 마을 리더, 마을 기업가를 양성하는 인큐베이터 역할을 하고, 장기적으로는 MBA 과정(마을 리더, 마을복지 과정 등)을 개설하는 등 그 역할을 심화시켜갈 수 있을 것이다.

지방자치시대, 시민참여시대에는 시민 역량 강화와 지역 인재 양성이 지역 발전의 지름길이다. 도시 계획, 일자리, 환경, 마을 안전, 지역복지, 축제 등 수많은 지역 문제를 공직자만이 담당하고 주도하던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 시민 양성, 시민 참여를 통한 협치가 답이다. 이제 자치단체 시민들이 춤출 마당을 만들어주어야 할 차례이다. 깨어 있는 시민이 있어야 스스로 마을 의제를 설정하고 해결하는 능력이 배양되며, 참여와 숙의 민주주의가 가능하다. 하루빨리 접근도가 높은 곳에 시민이 모여 정보를 교환하며, 학습할 수 있는 시민 유니언을 건립하여 그것이 지역의 브랜드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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