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 받을 사람이 수상을 거부하거나 묵묵부답이면 당혹스러운 일이다. 남들이 알아주는 권위 있는 상이라면 더욱 그렇다. 상금은 둘째치고 명예마저 차버리는 사람의 심리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상과는 거리가 먼 보통사람 입장에서는 이해하기 쉽지 않다.
수학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필즈상'(Fields Medal) 수상자로 뽑힌 인물 가운데 그레고리 페렐만의 이야기는 유명하다. 페렐만은 이 상을 거부한 러시아 수학자다. 클레이 수학연구소가 7개의 수학적 난제를 푼 사람에게 내건 100만달러의 '밀레니엄 프라이즈 프로블럼' 상금도 본체만체했다. 그는 2003년 7개 난제 중 하나인 '포앙카레 추측'을 풀어 인터넷에 공개했고 3년 뒤 그의 해법이 검증됐다. 7개 난제 중 유일하게 풀린 문제다.
그 공로로 필즈상 수상자가 됐지만 그는 탐탁지 않게 여겼다. 필즈상 운영위원회가 시상식이 열리는 2006년 국제수학자회의(ICM)를 앞두고 직접 찾아갔지만 설득에 실패했다. 나중에 "내 논문을 올바르게 심사할 수 있는 학자가 없다"고 밝힌 그의 말에서 거부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올해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밥 딜런도 비슷한 경우다. 수상자로 선정된 지 1주일의 시간이 흘렀다. 하지만 그는 공연을 계속하면서도 노벨상을 일절 언급하지 않고 침묵했다. '왜 지금 나를 바꾸려 해'(Why try to change me now)라는 노래를 부르자 수상 거부에 관한 추측도 나왔다. 스웨덴 한림원은 "그와 연락이 안 돼 지금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다"고 밝혀 궁금증을 더한다.
해외에서는 고개가 끄덕여지는 이런 스토리가 화제다. 하지만 우리 사정은 정반대다. 상이 아니라 뒤가 켕겨 연락 끊고 잠적한 인물에 온통 시선이 쏠려 있어서다. 소위 '비선 실세'라는 한 여자와 그의 딸을 둘러싼 온갖 의혹을 여당은 죽기 살기로 덮으려 하고 그 틈에 그들은 꼬리를 감추었다. 국민 관심이 '#그런데 최순실은' 해시태그처럼 번지며 들끓는데도 '친박'이 하는 꼴은 영락없이 '옹최'(擁崔), '옹박'(壅朴) 결사대다.
한 일간지는 문제의 최순실 모녀가 몸을 숨겼음 직한 독일의 승마장 등을 추적했지만 그림자도 보지 못했다. 재벌 주머니를 털어 모은 수백억원의 공익재단 기금이 개인 쌈짓돈이 되고 있다는 보도만 무성하다. 국민이 위임한 권력과 대표성을 가당찮게도 위세와 특혜로 낭비하면서 자초한 비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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