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영란법 20일…대구 식당 258곳 폐업

수성·달서구 고급 음식점 타격…직원 줄이거나 아예 업종 전환

김영란법 시행 여파가 서민 경제에 그늘로 다가서고 있다.

접대 관행이 사라지면서 폐업에 나서거나 전업하는 식당이 늘고 있고 이에 따라 실직을 당하거나 실직 위기에 놓인 이들도 증가하고 있다. 요식업 관계자들은 "고급 식당은 매출이 반 토막 난 곳이 대부분이고 중소 규모 식당도 손님이 줄어들었다"며 "연말까지 현재 분위기가 이어지면 줄폐업 사태가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 두산동에 있는 한 고급 장어구이 전문점은 최근 문을 닫았다. 김영란법으로 손님이 줄어들었지만, 장어 가격 자체가 비싸다 보니 김영란법에 맞춰 메뉴 가격을 내리기가 쉽지 않아 결국 폐업을 하게 됐다.

실제 김영란법 시행을 전후로 문 닫는 식당이 크게 늘고 있다. 대구 8개 구군에서 올 9월부터 이달 17일까지 폐업한 식당은 총 258곳. 작년 동기 대비 35곳 늘어난 수치다. 특히 고급 음식점이 밀집한 수성구와 달서구의 증가 폭이 컸다. 수성구의 경우 42곳이 문을 닫아 작년 32곳에 비해 크게 늘었고 달서구는 45곳으로 작년 30건에 비해 50%나 늘었다. 대구시 관계자는 "김영란법 영향이 컸던 장어구이집이나 한식당 등 고급 음식점이 문을 닫는 경우가 늘면서 전체적인 폐업 건수도 많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폐업과 매출 감소는 결국 종업원 감원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 고깃집 주인은 "손님이 30~40% 줄어들었다"며 "식당 주인들 사이에 매출이 줄었으니 폐업을 하지 않으려면 종업원이라도 줄여야 그나마 버티지 않겠느냐는 얘기가 오가고 있다"고 했다.

매물로 나온 식당도 점점 늘고 있다. 수성구 한 공인중개사는 "10월 들어 식당을 내놓겠다고 오는 사람들이 하루에 2, 3명으로 크게 늘었는데 장사가 잘 안 돼 내놓은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전업에 나서는 자영업자도 잇따르고 있다. 수성구 두산동의 한 골목은 최근 몇 달 새 옷가게가 10여 곳이나 촘촘히 들어섰다. 이곳 한 상인은 "먹는 장사는 고생만 하고 앞으로 돈벌이가 안 된다는 인식이 파다하다"며 "소규모 음식점에서 옷가게나 액세서리점으로 변경하는 점포가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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