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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매할배의 날, 한국 교육 표준을 향해]<3>국가기념일 제정 타당성 있나

"기념일 지정, 공동체 회복·정서 안정 효과" 국민 절반 공감

지난해 10월 31일 경북도는 영천시민회관에서
지난해 10월 31일 경북도는 영천시민회관에서 '할매할배의 날' 1주년 기념식을 열었다. 참석자들이 가족에게 전하는 희망 메시지를 적은 종이 비행기를 날리는 할매할배의 날 비상 퍼포먼스가 이날 행사의 의미를 더했다. 매일신문 DB

경상북도는 지난 5월, 가정의 달에 맞춰 '할매할배의 날 전국화 홍보팀'을 가동, 국가기념일 제정 운동에 나섰다.

경북도는 조부모 중심의 가족공동체 회복을 위해 2014년부터 매월 마지막 토요일을 할매할배의 날로 정해 다양한 이벤트를 추진 중이다. 지난해 경북도는 할매할배의 날 제정 1년간의 성과를 되돌아보고 전국 확산이라는 새로운 비전을 품었다. 그리고 올 들어서는 대구경북을 중심으로 한 내실화와 수도권을 거점으로 한 전국 확산 전략도 세웠다.

과연 경북도의 구상대로 할매할배의 날이 전국으로 확산할 수 있을까? 더 나아가 국가기념일이 될 수 있을까?

◆국민 61%, '할매할배의 날' 전국화 '필요'

올해 초 할매할배의 날의 전국화'국가기념일 제정을 위한 추진동력이 발표됐다.

교육부의 인성교육 5개년(2016~2020) 종합계획에 할매할배의 날이 반영된 것이다. 경북도가 추진 중인 할매할배의 날을 교육부가 높게 평가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무엇보다 할매할배의 날 취지에 대한 공감도가 높기 때문이다.

경북도는 지난해 12월 1일~올해 1월 14일까지 폴스미스 리서치를 통해 전국 15개 광역시'도에 사는 14~18세 청소년과 성인 남녀 1천500명을 대상으로 '할매할배의 날 국가기념일 제정 필요성 및 용어 수용성에 대한 국민인식 조사'를 진행했다. 조사 분야는 '할매할배' 단어 이해 및 어감, 조손 간 소통 정도 평가 및 교류 효과, 국가기념일 제정에 대한 의견 등이다. 지역별 성, 연령을 감안해 인구비례(광역시'도별 100명)로 표본을 추출했다. 조사는 면접원을 통한 직접면접 방식으로 이뤄졌다.

설문조사 결과 93%가 '할매할배'라는 단어를 알고 있고, '신뢰감 간다' 어감 항목이 일부 지역에서 5점(보통)대 이하로 평가된 것을 제외하고는 '정감 간다, 편안하다, 친근하다' 등 9개 항목 모두 긍정적 평가가 높게 나왔다. 이에 경북도는 전국적으로 '할매할배'라는 단어가 일상생활에서 무난히 쓰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경북도 관계자는 "할매할배의 날 전국화 방안 마련을 위해 지난해 9월 중순 보건복지부와 협의가 있었다. 당시 보건복지부에서 '할매할배 단어가 국민에게 공감을 얻고 있는지 인식조사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며 "국민 인식조사 결과를 보면 할매할배의 날 전국화 추진을 위한 논리적 근거가 마련된 셈"이라고 했다.

'할매할배의 날' 생활실천운동의 전국 확산 필요성에 대한 의견은 61%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국가기념일 지정에 대해서는 50.5%가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조손 교류를 위한 국가기념일 지정에 대한 '공감' 의견은 전국 모든 권역에서 '공감하지 않음' 의견보다 2배 이상 많았다.

국가기념일 지정 시 기대 효과로는 가족공동체 회복과 공동체 의식 함양이 37.6%로 가장 많고, 조부모들의 정서적 안정 20.4%, 아동청소년 인성 및 예절교육 17.7%, 세대및 소통과 이해 15.9% 순이었다.

경북도는 이 설문조사를 통해 전국 모든 권역에서 가족공동체 회복이라는 할매할배의 날 취지에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김관용 경북도지사는 "앞으로 할매할배의 날을 국민정신운동으로 발전시켜 새마을운동처럼 경북의 자랑이자, 대한민국의 국격을 높이는 디딤돌로 만들어 가겠다"고 말한 바 있다.

◆전국화를 위해 넘어야 할 산

경북도의 계획이 실현되려면 앞으로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우선 학생뿐만 아니라 모든 세대가 공감하고 동참하는 분위기 조성이 필요하다. 현재 경북도는 할매할배의 날 관련 홈페이지를 구축하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 홍보단을 운영하는 등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국민적 관심을 끌기에는 한계가 있다. 경북도 시행 할매할배의 날 인지도 설문에서 '알고 있다'('들어본 적 있다' 포함)는 대답이 8.1%에 그친 게 단적인 예이다. 국민 91.9%는 할매할배의 날을 들어본 적도, 알지도 못하고 있는 것.

상황이 이런 만큼 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하다. 무엇보다 할매할배의 날을 국가기념일로 지정하는 방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할매할배의 날이 전국으로 확산하면 사회통합 등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서다. 갈수록 퇴색하는 효 문화와 가족공동체 복원, 공동체 의식 함양 등에 적지 않은 도움이 될 수 있다. 특히 조손 간 격대교육을 청소년 인성회복의 새로운 대안으로 삼을 수도 있다. 실제로 설문조사 결과 전국 모든 권역에서 할매할배의 날을 국가기념일로 지정했을 때 '가족공동체 회복 및 공동체 의식 함양'을 기대되는 효과로 가장 많이 꼽기도 했다.

할매할배의 날을 국가기념일로 지정하는 데 회의적인 반응도 있다. 행정기관 주도의 전시성 행사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기존 어버이날, 노인의 날과 성격이 유사하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경북도의 추진 사례에서 입증되듯이 할매할배의 날 운영은 핵가족화로 인한 우리 사회의 여러 문제점을 해결할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또 할매할배의 날은 어르신을 공경하는 의미의 '노인의 날'과 달리 3대가 소통하고 화합하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다르다.

안효영 경북도 복지건강국장은 "현재 고독'빈곤'질병에 시달리는 노인문제, 학교폭력'자살에 노출되고 있는 청소년 문제, 패륜범죄'생활고로 인한 가정문제 등은 더는 내버려둘 수 없는 수준"이라며 "할매할배의 날은 조부모를 중심으로 한 가족공동체 회복운동이다. 국민적 관심과 참여가 있다면 노인'청소년'가정 문제를 종합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처방전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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