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엘리트 체육, 이대로 끝나나] <5> 대대적 수술이 필요하다

예산 낭비하는 세미나만 열어, 체육회 정책·인력 대수술해야

2001년 충청남도에서 열린 전국체전 후 대구'경북 체육은 상반된 길을 걷고 있다.

2001년 체전에서 7위를 한 대구는 이후 하락세를 이어갔지만, 그해 12위의 부진을 보인 경북은 대반전의 길로 들어섰다. 체전 참패 뒤 경북체육회는 '경북 체육 재도약 다짐대회'를 열고 당시 이의근 경북도지사로부터 파격적인 지원을 약속받았다. 이 덕분에 경북은 2002년 6위로 도약했고, 2003년부터 올해까지 2~5위를 벗어난 적이 없다. 경북은 전국 17개 자치단체 가운데 '체육 강자'로 확실히 자리 매김하고 있다.

경북체육회 직원은 "그때 참 힘들었다. 최억만 상임부회장과 조창현 사무처장이 경북도에 사직서를 내고 '배수의 진'을 쳤다. 직원들도 모두 사직서를 냈다"고 했다. 집에 갈뻔한 위기를 극복한 경북체육회 직원들은 이제 체육 현장에서 자부심을 느끼며 일하고 있다.

대구 체육을 어떻게 재건할지는 전적으로 대구시체육회장인 권영진 대구시장의 어깨에 달렸다. 체전 성적이 일반 시민에게 큰 관심을 받지 못하는 만큼 지금처럼 13위 전후의 성적을 목표로 체전에 임할지, 아니면 경북처럼 반전의 계기를 만들 지에 관심이 쏠린다.

통상적으로 대구시와 대구시체육회는 체전 참패 후 대구 체육의 문제점을 찾는 세미나나 포럼을 열었다. 이번에도 그렇게 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런 게 요식 행위로 끝났다는 데 있다. 가뜩이나 부족한 체육 예산만 더 낭비하는 형식적인 행사를 반복해왔다. 행사 참가자들이 문제점들을 적나라하게 지적했지만 개선은커녕 이를 체육회장인 시장에게 보고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없다.

대구 체육에 대한 수술은 대구시의 체육 정책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 정책과 예산 수립 업무를 총괄하는 체육진흥과 과장과 팀장이 수시로 바뀌기에 매사가 특정인들의 목소리에 의해 추진되고 있다. 그나마 권 시장 취임 후 비전을 갖고 체육 인프라를 조성하고 있을 뿐이지 소프트웨어 부문은 개념조차 정립돼 있지 않다. '2011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열기도 전에 '포스트 국제 대회 유치'의 필요성이 제기됐지만 아직도 대구시는 어떤 그림도 그리지 못하고 있다. 대구시가 유치했다고 자랑하는 '2017 대구세계마스터즈 실내육상경기대회'는 정부로부터 국제대회로 승인받지 못해 시민 혈세로 치러야 한다. 형편 좋은 유럽의 육상인들이 동호회 활동처럼 즐기는 행사를 대구시가 시비를 투입해 개최하는 이유를 도대체 알 수 없다.

체육 실무를 맡은 대구시체육회 임직원의 인적 쇄신도 필요하다. 권 시장과 함께 부임한 권오춘 사무처장은 통합 체육회에서 내부 규정을 뛰어넘어 임기를 더 연장받았지만 대구지역 체육인들은 그를 우호적으로 바라보고 있지 않다. 권 처장은 통합 체육회 출범 후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자신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를 잠재워야 한다. 구정모 상임부회장을 비롯한 부회장단에 대해서도 말이 많다. 경북체육회 최억만 상임부회장처럼 체육인'유관기관 관계자들과 교류하고 발전을 이끌어내는 부회장이 절실해 보인다. 자리만 차지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높다.

체육회 직원들의 의식 변화와 가맹 경기단체의 경쟁력 강화, 도덕성 유지 방안도 수립돼야 한다. 회장 출연금과 각종 지원금을 빼먹는, 외부와 단절된 '경기단체만의 리그'에 메스를 대야 하며 대회 때마다 관행으로 여기며 일부 경기단체가 책정한 임원 경비도 없어져야 한다. 경기단체는 전문성을 가진 직업 있는 체육인들의 봉사 단체로 거듭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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