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밀 옥수수 콩

'앉은뱅이 밀과 옥수수 그리고 영주의 콩 부석태.'

하나같이 굶주림이나 영양 부족에 허덕이는 인류에게 소중한 씨앗이다. 우리 종자인 앉은뱅이 밀은 오래전 기아의 수많은 인류를 구했다. 미국인 농학자 노먼 볼로그를 통해 생산성 높은 개량 품종인 '소로나'로 멕시코 파키스탄 인도 등으로 널리 퍼진 탓이다. 덕분에 볼로그는 1970년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그는 "'앉은뱅이 밀' 종자 하나가 1억 명의 생명을 살렸다"고 말했다.

옥수수는 경북대를 나와 옥수수로 세상을 구하겠다는 꿈을 꾼 김순권 박사에 의해 인류에 쓰였고 지금도 그렇다. 그는 개량 품종으로 가난에 찌든 우리 옥수수 농민에게 희망을 줬다. 이어 아프리카에서 17년을 보내며 아프리카를 기아에서 구할 옥수수 품종 개발에 매달려 결국 중서부 아프리카에 옥수수 한 알로 녹색혁명을 일으켰다.

그가 명예추장에 오르고 나이지리아 동전에 그가 개발한 옥수수가 새겨지고 네 차례나 노벨상 후보로까지 추천된 배경이다. 귀국해서는 북한과 몽골, 중국 동북 3성, 러시아 등 주변 나라에 맞는 종자 개발에 나서 최근 성과를 내고 있다. 2014년부터는 포항에 통일옥수수센터를 세워 통일 이후 북한 동포 식량난 해결을 위한 작업을 벌여 옥수수의 변신은 여전하다.

영주 부석태(콩)도 인류 기여의 첫 걸음을 뗐다. 내전 등에 찌든 아프가니스탄 국민의 영양 실조와 식량난 해소를 위해 지난해 종자 50㎏을 보내면서다. 지난주에는 아프간 고위 공무원 등 6명이 영주에서 부석태 연수를 했다. 부석태로 음식 만들기 체험도 했다. 아프간 부석태의 활용을 위해서다. 다른 종자보다 크고 식감이 뛰어난 부석태의 변신 걸음마가 시작된 셈이다 .

특히 아프간은 1천200년 전, 8세기(723~727) 신라 혜초 스님이 거쳐 간 건타라'사율'범인국 등의 땅이다. 보리와 밀이 잘 되고 기장이나 조, 벼는 전혀 없다고 스님이 소개한 곳이다. 바로 그곳에 신라 땅 영주의 부석태가 현지 주민을 위한 기여의 싹을 틔우는 중이다. 국내 지자체의 국립종자원 등록품종 1호인 부석태의 자리매김을 바라는 마음이 간절한 까닭이다.

앉은뱅이 밀과 김 박사의 옥수수, 부석태의 쓰임에서 홍익(弘益)이라는, 널리 세상을 이롭게 하려 했던 옛 조상의 마음을 읽는다면 지나칠까.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