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꺼운 책이나 어려운 책을 보면 지레 겁부터 먹는다. 그렇다고 얇고 읽기 좋은 책만 골라볼 수도 없는 노릇이다. 두꺼운 책을 보니 답답하고, 조용한 도서관을 찾아도 집중이 잘 되지 않는다. 누구에게나 이런 경험이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이럴 때 써먹으면 좋은 방법이 없을까? 특별한 비법은 아니지만 '백색 소음'과 '독서의 마중물', 이 두 가지를 적절히 사용하면 책과 좀 더 친하게 지낼 수 있다.
◆백색소음
도서관 자유 열람석에 몇 시간 있어 보면, 자리를 비우거나 휴게실에서 수다를 떠는 학생들이 있다. 게다가 점심시간이 지나면 코를 골며 자는 학생도 종종 보인다. 이런 일이 자주 반복되지만, 사람들은 습관적으로 도서관을 찾는다. 조용한 곳에서 공부가 잘될 거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도 있다. 약간 혼잡하고 그렇게 조용하지도 않은 커피숍에서 책을 보는 일이다. 요즘 이런 곳에서 책을 보거나 공부하는 사람이 점점 늘고 있다. 물론 필자도 커피숍을 자주 찾는다. 약간 혼잡하고 그렇게 조용하지도 않지만, 책도 잘 읽히고 글도 잘 써진다. 이런 공간에서 오히려 집중력이 더 높아지는 이유는 바로 '백색소음' 때문이다.
'백색소음'에는 시냇물 소리, 비 오는 소리, 파도 소리, 작은 대화 등이 있다. 백색소음은 집중력 강화, 기억력 향상, 스트레스 감소, 학습시간의 단축 효과가 있다.
독서 습관을 만들기 위해 자기만의 아지트가 있어야 한다. 굳이 집, 도서관 같은 조용한 장소만 고집할 필요가 없다. 집 주변을 둘러보면 자기에게 맞는 편안한 장소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책을 손에 쥐었다면 잡념을 버리고 집중하는 습관을 만들어야 한다. 이런 습관을 들이기 위해 백색소음을 이용하면 도움이 된다.
◆초반 몰입을 위한 독서의 마중물
작가는 긴 글이든 짧은 글이든 초반부에 많은 공을 들인다. 다시 말해, 초반부에 주제, 핵심, 사건, 인물까지 모두 압축해서 보여주려고 노력한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독자는 단 몇 분도 지나지 않아 책을 덮고 말기 때문이다.
이런 점을 거꾸로 이용하면 책을 끝까지 읽을 수 있다. 아무리 재미있는 책이라도 초반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면 끝까지 읽는 과정이 힘들거나 실패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래서 초반 몰입은 독서에서 매우 중요하다.
지금은 사라지고 없지만 1970, 80년대까지 펌프가 있었다. 펌프는 먼저 물을 조금 붓고 펌프질해야만 물이 콸콸 쏟아진다. 펌프질을 할 때 물을 끌어올리기 위해 붓는 물을 '마중물'이라 한다.
펌프질과 마찬가지로 독서의 초반 몰입을 위해서도 마중물이 필요하다. 얇은 책은 10∼20분, 두꺼운 책은 딱 한 시간만 몰입해서 꼼꼼하게 읽어 보자. 이 시간이 지나면 책은 술술 넘어간다. 다시 말해, 독서 초반에 집중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투자하는 짧은 시간이 바로 책에 붓는 마중물인 셈이다. 이렇게 마중물을 부으면, 뒷부분은 자기도 모르게 술술 넘어간다.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다. 평소 읽고 싶었던 책 한 권을 들고 나만의 아지트를 찾아보자. 그리고 딱 한 시간만 책 속에 마중물을 부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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