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은행 배는 불리고 서민은 울린 정부 가계대출 대책

정부가 가계 대출 대책이라며 부동산 공급 신규 물량 억제책을 내놓자 은행들이 기다렸다는 듯 대출금리를 올려 제 잇속만 챙기고 있다. 주택담보대출 가중평균금리 상승이 가파르게 이어진 것이다. 현실과 동떨어진 부동산'가계부채 대책이 나오면서 은행과 유한계층의 배만 불리고 실수요자나 서민들의 내 집 마련과 삶은 더 팍팍해졌다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정부가 8'25 가계부채 대책을 발효한 후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평균 금리는 연 3%를 넘었다. 지난 7월 이후 대출기준이 되는 코픽스 금리는 단 한 차례 0.04%포인트 올랐지만 주택담보대출 가중평균금리가 0.34%포인트 뛰어 9배쯤 올랐기 때문이다. 그 덕분에 시중은행들은 3분기 이후 기록적인 흑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신한'KB'하나 금융지주와 우리은행은 3분기 들어 2조78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뒀다. 지난해 동기 대비 4천148억원, 24.9% 늘어난 것이다. 신한지주는 2011년 이후 5년 만에 3분기 실적 최대치를 기록했다. KB국민은행 역시 3분기 순익이 지난해보다 80% 이상 증가했다.

정부가 은행 좋은 일만 시켰다면 바로잡아야 한다. 가계대출을 줄이라는 정부 요구에 가산금리를 늘려 대출금리를 높이는 식으로 대응한 은행의 장삿속은 한심하다. 은행들은 이에 앞서 다주택자를 상대로 한 대출을 억제해 부동산 투기 수요를 찾아내는 등 대출 기준이나 여건을 강화하는 방법을 먼저 찾았어야 했다.

정부가 그 부작용을 뻔히 예상할 수 있음에도 신규 주택 공급 물량 축소를 통한 가계대출 억제책을 내놓은 것은 더 한심하다. 대출금리가 오르면 가장 먼저 쓰러지는 것은 부동산을 부추긴 정부 정책에 맞춰 무리하게 집을 산 중'저소득층과 영세 자영업자들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들이 무더기로 채무불이행자로 전락하면 사회적 불안만 커진다. 집 없는 서민들의 내 집 마련 실현은 더 요원해진다. 정부가 서민을 위한 진정한 가계대출 추가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여기엔 은행들의 과도한 예대마진 챙기기에 대한 방안도 포함하는 것이 순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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