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로 비선 실세의 국정농단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자 여당은 "설마 했던 일이 터졌다"며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반면, 야권은 단숨에 국정주도권을 거머쥐며 청와대를 향한 공세수위를 높이고 있다.
정치권에선 25일 대국민 사과를 기점으로 박근혜정부가 국정장악력을 완전히 상실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순식간에 레임덕이 현실로 다가온 것이다. 이에 여당은 청와대와의 새로운 관계 설정을, 야권은 현재 추세를 장기적으로 끌고 갈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여당인 새누리당은 다시 내우외환의 위기를 맞았다. 비박계의 '박근혜 때리기'가 강도를 더해가고 있는데다 친박계의 분화에도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청와대를 향한 비판이 당으로 옮겨오는 상황도 부담스럽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그동안 때(레임덕)를 기다리며 한껏 움츠렸던 비박계가 전세 뒤집기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이라며 "청와대에 대한 비판여론이 높아지면 자연스럽게 친박계의 이탈도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당내 일각에선 향후 국정조사 및 특별검사 수사 과정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더 밝혀질 경우 차기 대선에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대통령과 거리를 두는 방안도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비박계의 한 중진의원은 "역대 정부의 임기 말 권력 게이트 가운데 가장 어이없는 사건이 지금 벌어지고 있다"며 "대통령을 엄호하다 모두 죽느니, 차기 대선주자를 중심으로 당을 재정비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레임덕의 최종 징후인 '대통령의 여당 탈당 요구'까지 언급되는 실정이다. 당내에선 대통령의 지지율이 곤두박질하고 친박계의 이탈이 본격화하면 대통령의 탈당요구도 공식적으로 거론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야당은 차기 대선까지 공세를 이어가기 위한 장기 전략을 고민하고 있다. 박 대통령의 개헌 제안으로 내줄 뻔했던 국정주도권을 어렵게 잡은 만큼 십분 활용하겠다는 생각이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비선 실세의 국정농단에 대한 국회 차원의 국정조사와 특별검사 임명 절차를 순차적으로 밟아 간다는 계산이다.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청와대에 대한 여론의 비판 분위기를 잘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여소야대 구도를 활용한 원내전략과 여론을 등에 업은 대국민 홍보전을 줄기차게 밀고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야당은 국정쇄신을 위해 내각총사퇴와 청와대 비서진 전면개편을 추진하는 한편, 여당이 차기 대선을 위해 청와대와의 차별화에 나서는 경우도 대비하고 있다. 다만 야권 일각에선 대선판이 야권으로 너무 일찍 기울 경우 야권의 대선경쟁이 과열될 수 있다는 점도 우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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