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심각한 경제 위기 상황에도 마냥 손 놓고 있는 정부

지난 7∼9월 3분기 한국 경제가 2분기와 비교해 0.7% 성장하는 데 그쳤다. 말이 성장이지 3분기 추경 집행 효과와 건설투자(3.9%), 폭염에 따른 전기가스수도사업(6.9% 증가)을 빼면 거의 성장 절벽에 직면했다. 지난해 3분기(1.2%) 이후 4분기 연속해 0%대 성장이라는 늪에 빠지면서 우리 경제의 위기 강도와 깊이가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치닫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행이 25일 발표한 실질 국내총생산(GDP) 관련 통계를 보면 이 같은 한국 경제의 위기 상황은 글로벌 경기 침체와 수출 급감, 국내 돌발 악재들이 쏟아지면서 나타난 결과다. 삼성 갤럭시노트7 단종 사태에다 현대자동차 파업 등의 영향으로 제조업이 7년 6개월 만에 가장 낮은 성장률(-1.0%)을 기록했다. 소비와 생산 모두 추락하면서 한마디로 앞뒤가 꽉 막힌 형편인 무인지경이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이대로라면 4분기 국내총생산이 마이너스로 떨어질 것이라는 예측까지 나왔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때 -3.3%(4분기) 이후 최악의 위기에 내몰리는 것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위기 상황이 지속될 경우 올해 연간 성장률은 2.3%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가 내세운 올해 성장률 목표인 2.8%와는 한참 차이가 난다.

무엇보다 걱정되는 대목은 이런 위기 국면에서도 청와대와 정부의 리더십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경제 체력이 거의 고갈되어가고 있는데도 정부의 위기 인식과 태도는 한마디로 무념 그 자체다. 정부가 경제 대책에 손 놓은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까지 나올 정도다. 매주 열리는 경제관계장관회의에 장관들이 거의 참석을 않고 있는 것만 봐도 과연 위기의식이 있는지조차 의문이다. 유일호 경제부총리가 대통령과의 면담 시간을 잡지 못해 아직 상황을 보고하지 못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면 말 다한 것 아닌가.

지금은 청와대와 정부, 여야 정치권 가릴 것 없이 한국 경제를 위기에서 건져낼 돌파구를 마련하는 데 힘을 모으고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할 때다. 성장 절벽에서 한 발짝이라도 더 밀리면 끝장이라는 각오로 위기 타개책 마련에 총력전으로 나서야 한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