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장성민의 새論새評] 중국의 밀어내기 미국의 버티기

TV조선
TV조선 '장성민의 시사탱크' 진행.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16대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 역임. 현 한국국제정치학회 이사

美'中 아시아 패권 힘 겨루기 들어가

해양-대륙 진출 두 세력 사이에 위치

한반도는 치열한 각축장으로 변해

우리는 생존전략 준비하고 있는가

미국은 자신들의 세계 패권에 도전할 잠재적 도전국으로 중국을 겨냥하기 시작했다. 중국은 두 가지 측면에서 미국에 필적할 잠재적 초강대국이다. 첫째, 13억8천만 명에 달하는 거대한 인구와 엄청난 규모의 내수시장이라는 경제적 파워를 갖고 있다는 점이다. 둘째, 육지 14개국과 해양 6개국을 포함하여 총 20개국과 국경선을 맞대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전 세계 인구는 74억 명이다. 그 가운데 아시아 인구는 39억 명으로 세계 인구의 절반을 넘는다. 또한 아시아는 세계 총생산량의 40%를 차지하고 있다. 이렇게 본다면 세계를 움직이는 힘의 핵심축은 이미 유럽에서 아시아로 이동했음을 알 수 있다. 아시아 지역이 세계 정치, 경제, 군사적 중심지로 부상했음을 알려 주는 신호탄은 뭐라 해도 중국의 부상이다. 그리고 미국의 세계 패권 전략 초점이 유럽 중심에서 아시아 회귀로 전환했다는 점이다.

미국은 유럽에 주둔시켰던 NATO 전력의 60%를 아시아로 이동한다고 발표했고,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미국이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중심국가라고 선언했다. 그럼, 미국은 왜 세계 패권 전략의 축을 구소련과 유럽 대서양으로부터 중국과 아시아 태평양 지역으로 이동했을까. 그 이유는 세 가지다. 첫째, 인구와 영토 면에서 세계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아시아 지역이 세계 경제의 소비와 생산 중심지이기 때문이다. 둘째, 중국의 부상을 막기 위해서이다. 지금까지 미국의 세계 패권 전략은 세계 어느 지역에서든 특정 국가가 그 지역의 절대적 패권을 장악하는 강자로 등장하는 것을 막는 데 있었다. 미국의 아시아 회귀 전략 역시 중국의 아시아 지배를 막기 위한 목적 때문이다. 셋째, 미국의 세계 패권 전략 때문이다. 미국이 세계의 중심 지역으로 등장한 아시아 지역에서 밀려난다면 미국의 세계 패권 유지는 중대한 차질을 빚게 될 것이다. 미국과 중국은 지금 아시아 지역의 패권을 놓고 힘겨루기에 돌입했다. 중국은 아시아로부터 미국을 밀어내려고 안간힘을 쏟고 있고, 미국은 중국의 밀어내기에 버티기로 맞서고 있다. 아시아는 지금 미중 패권 충돌의 전초기지로 변해가고 있으며, 그중에서도 한반도 지역은 '중국의 밀어내기'와 '미국의 버티기'가 가장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미중 패권의 각축장이 되고 있다.

왜 한반도가 미중 패권의 가장 격렬한 격전장이 되는 것일까? 이는 바로 한반도의 지정학적 조건 때문이다. 한반도는 대륙지역과 해양지역 사이에 놓여 있다. 대륙세력에는 해양 진출의 출구이며 해양세력에는 대륙 진출의 관문이 바로 한반도이다. 한반도를 장악하는 세력이 곧 그 지역의 패권을 장악해왔다. 한반도는 대륙세력이나 해양세력 모두에게 공격과 방어지대로 활용되어 왔다. 1592년 임진왜란 당시 북방대륙 진출을 꾀했던 해양세력 일본에 한반도는 정명가도(征明假道)의 대상으로서 대륙 진출을 위한 전략적 공격기지였다. 반면에 일본의 북진을 막기 위해 항왜원조(抗倭援朝)의 깃발을 내걸고 한반도로 내려온 명나라에는 방어적 완충지대였다. 이러한 한반도의 지정학적 조건은 한국전쟁에서도 똑같은 작용을 했다. 해양세력 미국은 한국을 지원했고, 대륙세력 중국은 북한을 지원했다. 중국군의 한국전 개입 역시 항미원조(抗美援朝)의 깃발 아래 이루어졌다. 이렇듯 해양세력과 대륙세력 사이에 위치한 한반도의 지정학적 환경은 우리의 운명을 결정짓는 핵심요인이었다. 그리고 해양세력과 대륙세력의 패권 대결은 그 어느 일방이 한반도를 장악하느냐에 따라 결정되었다. 한반도는 대륙세력의 힘이 강했을 때는 대륙세력의 지배를, 해양세력이 강했을 때는 해양세력의 지배를 받았다. 그리고 두 세력의 힘이 팽팽할 때는 분단되었다. 전자의 경우는 명'청시대와 조선의 관계가 그랬고, 후자의 경우는 일본의 식민지배가 그랬다.

해양세력과 대륙세력 사이에 위치한 한반도의 지정학적 상황은 예나 지금이나 한 치의 변함도 없다. 그리고 한반도에서 펼쳐지고 있는 해양세력 미국과 대륙세력 중국 간의 패권대결은 과거 그 어떤 패권경쟁보다 가장 치열한 격랑을 몰고 오고 있다. 우리는 지금 이 두 강대국의 패권경쟁에 맞서 어떤 생존전략을 준비하고 있는가. 과거를 잊은 민족에게 역사는 반복된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