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순간부터 나 자신은 꿈이고 아바타(Avartar·자신의 분신)가 현실이 됐어."
공상과학영화 '아바타'(2009년)에서 주인공 제이크 설리(샘 워싱턴 분)는 현실보다 자신이 원격 조종하는 아바타의 삶에서 행복감을 느낀다. 주인공은 밀폐된 조종실에 누워 있는 불구자였지만, 아바타를 통해 나비족의 여전사 네이티리와 만나 사랑하고 지구인의 침략을 막아낸다.
영화 속의 아바타는 인간과 판도라 행성에 사는 나비족의 DNA를 결합해 만든 생명체다. 아바타 자체로는 머리와 영혼이 없는 육체일 뿐이다. 아바타는 주인공이 조종하지 않으면 움직이거나 생각조차 할 수 없다. 각기 다른 정신과 육체가 결합해야만 완전한 생명체로 기능할 수 있는, 이원적이고 모순적인 존재다.
매일 쏟아지는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 보도를 접할 때마다 영화 '아바타'가 떠오른다. 보도 내용이 사실이라면 박근혜 대통령은 몸만 있는 아바타, 최순실은 머리만 있는 조종자 역할을 한 셈이다. 2년 전 박관천 전 경정이 우리나라 권력서열을 1위 최순실, 2위 정윤회, 3위 박 대통령이라고 털어놓은 것이나, 이화여대 총학생회가 '최순실의 꿈이 이뤄지는 나라입니까'라고 한 것도 '아바타'와 다를 바 없는 표현이다. 야당이 박 대통령을 '바지 대통령'으로, 최순실을 '밤의 대통령', 현 정권을 '수렴청정 정부'라고 비판한 것도 비슷한 맥락일 것이다.
처음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의혹 보도가 나올 때만 해도 '찻잔 속의 태풍'이나 '차기 정권의 청문회' 정도로 끝나지 않을까 했다. 24일 대통령 연설문·공식 발언록의 사전 입수 및 수정 의혹이 보도되면서 인사 개입, 기밀 유출, 비선조직을 통한 국정 개입 의혹 등이 줄줄이 터져 나왔다. 가장 이해할 수 없는 것은 박 대통령과 최순실의 알쏭달쏭한 관계다. 아무리 과거 인연이 중요하다지만, 대통령이 뭐가 아쉽고 부족해 '아바타' 역할을 했는지 정상인의 사고로는 판단하기 어렵다.
영화 '아바타'에서 주인공은 '대지의 여신'의 도움으로 자신과 아바타를 합일해 해피엔딩을 맞았고, 청나라 강희제는 8세에 제위에 올라 후원자인 보정대신 오배를 처형하면서 친정을 시작해 성군으로 역사에 길이 남았다.
제대로 된 권력자라면 결코 '아바타'가 되지 않는다. 그 자신이 모든 것을 주도하고 책임진다. 최순실이 그만큼 날뛴 것은 전적으로 대통령의 무지 탓이다.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홍준표, 정계은퇴 후 탈당까지…"정치 안한다, 내 역할 없어"
세 번째 대권 도전마저…홍준표 정계 은퇴 선언, 향후 행보는?
[매일문예광장] (詩) 그가 출장에서 돌아오는 날 / 박숙이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