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조기 레임덕 빠진 대통령 곁 '지킬까-떠날까' 선택 갈림길

비박계 '대통령 탈당' 요구, 수도·충청도 친박계도 가세…'진박' 자처한 TK의원 장고

박근혜 대통령이 국정 장악력을 상실하자, '진박'임을 자처해 온 대구경북 국회의원들이 정치적 거취를 두고 장고에 들어갔다.

정치권에선 친박계의 붕괴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지만 생각보다 이르게 온 레임덕에 친박계 의원들이 선택의 갈림길로 내몰리는 양상이다.

수도권과 충청권 친박계 의원들은 벌써부터 새로운 둥지를 찾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는 반면 지난 4'13 총선에서 박근혜정부와 운명을 함께하겠다고 약속했던 대구경북 친박계 의원들의 고민은 더욱 깊다.

지역 정서 및 유권자와의 약속을 고려하면 박 대통령과 함께 '소나기'(비판 여론)를 맞으며 정국 돌파에 앞장서야 하지만 본인의 정치적 미래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총선에서 '존영 논란'까지 일으키며 박 대통령에 대한 충성심을 보였던 의원들은 운신의 폭이 더욱 좁아졌다.

대구의 한 친박계 초선 의원은 "'정치는 살아있는 생물'(변동성)이라는 말을 온몸으로 실감하고 있는 중"이라며 "지난 6개월만큼이나 향후 6개월도 정치권이 요동을 칠 것이기 때문에 좀 더 시간을 두고 거취를 고민해 보겠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에 대한 지지층이 대구경북만큼 두텁지 않은 수도권과 충청권 친박계 의원들은 본격적으로 탈박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박 대통령의 비서실장 역할을 맡았던 이학재 의원(인천 서갑)은 지난 4월 총선 참패 후 공천 실패를 지적하며 일찌감치 탈박으로 돌아섰고 정우택 의원(충북 청주 상당) 역시 지난 25일 대통령의 대국민사과 후 초강수인 '탈당'을 요구하며 친박 색을 지우고 있다.

향후 비박계의 '지도부 사퇴 및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요구'가 거세질 경우 친박계의 붕괴는 더욱 가속화할 전망이다. 비박계의 요구에 따라 박 대통령이 새누리당을 탈당하면 친박계는 존재 이유가 없어진다.

한편, 정치권에선 조기 레임덕과 친박계 몰락으로 차기 대선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현직 대통령의 지원을 등에 업고 여당 내 최대 계파가 마련한 '꽃가마'를 타고 정치권에 연착륙할 수 있는 기회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반 총장이 외교관 특유의 모호한 처신으로 최악의 상황은 모면했지만 국내에 정치 기반이 전혀 없는 상태로 귀국길에 오르게 됐다"며 "반 총장이 친박계와의 교감설로 재미를 본 만큼 손해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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