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방일 투테르테 "일본 편에 설 생각"…럭비공 언행으로 강대국 속태워

세계 주요 2개국(G2)인 미국과 중국을 상대로 한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의 외교술이 연일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고 있다.

과거 미국 식민지를 겪은 아시아의 친미 국가 정도로 여겨졌던 필리핀이 지난 6월 말 두테르테 대통령을 맞은 이후 동남아시아 안보지형의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거침없는 반미 친중 행보를 하다가도 돌연 한 발 빼는 등 예상치 못한 언행으로 두 강대국의 속을 태우고 있다.

이를 놓고 경제'군사적 실리를 최대화하려는 계산된 노림수라는 분석과 미국으로부터 역풍을 맞아 득보다 실이 클 수 있다는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27일 ABS-CBN 방송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아테네오 데 마닐라대학의 루시오 피틀로 국제학 교수는 두테르테 대통령의 반미 발언이 미 지도자들에게 필리핀을 보다 존중하게 하려는 목적이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두테르테 대통령이 필리핀의 국가 이미지 제고에 성공한다면 미국으로부터 '빵부스러기' 대신 더 많은 관심과 지원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지난주 중국 방문 때 "이제 미국과 작별을 고할 시간"이라며 미국과 경제'군사적 '결별'을 선언했다. 대신 중국으로부터는 대규모 투자 약속을 받았다. 중국은 영유권 분쟁 해역인 남중국해 스카보러 암초(중국명 황옌다오, 필리핀명 바조데마신록) 주변에서 필리핀 어선의 조업 허용도 검토하고 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25일 일본 방문길에는 "나는 미국의 애완견이 아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6일에는 "외국군이 2년 안에 필리핀에서 나가면 좋겠다"며 미국과 필리핀의 방위협력확대협정(EDCA) 폐기 가능성을 거론했다. 미국을 '불량배'라고 비난도 했다.

앞서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는 "미국과의 군사동맹이 유일한 동맹이기 때문에 다른 나라와 군사동맹을 맺을 계획이 없다", "(반미 발언은) 개인적 생각으로 필리핀 정부와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페르펙토 야사이 필리핀 외무장관은 논란을 일으킨 두테르테 대통령의 발언을 필리핀이 미국의 '작은 갈색 동생'에서 벗어나려는 자주외교론으로 설명했다.

그는 "현시점에서 미국과 맺은 협정을 폐기할 이유가 없다"며 "조약 의무를 계속 존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26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중국이 군사 거점화를 진행하는 남중국해 문제와 관련, 법의 지배가 중요하다는데 의견을 모으고 항상 일본 편에 설 생각이라고 말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이 중국 방문 때 보여준 친중 모드에서 친일 모드로 돌아선 것이다.

이런 두테르테 대통령의 언행은 국제 외교무대의 상식에 어긋나지만, 미국'일본과 중국의 역학 구도를 적절히 이용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남중국해에서 필리핀을 군사 거점으로 중국을 견제하려는 구상이 위협받는 미국은 필리핀과의 동맹을 강조하며 관계 복원을 노리고 있다. 종전까지는 필리핀이 미국의 경제'군사적 지원에 목이 탔지만, 이제는 미국이 구애해야 하는 처지가 된 셈이다.

중국과 동중국해 영유권 분쟁을 겪는 일본으로서도 미국, 필리핀과의 연대가 중요하다.

성 김 주필리핀 미국대사 내정자는 "필리핀이 매우 어려운 상황이지만 미국과의 동맹관계를 고려할 때 매우 중요한 나라이기 때문에 관계 정상화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두테르테 대통령의 신외교 노선이 미칠 부정적 파장도 지적된다.

필리핀 외교'경제장관들이 두테르테 대통령의 반미 강경 발언 때마다 진화에 나선 것은 양국 관계 악화에 따른 군사'경제적 손실을 우려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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