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13세의 경계성 지적장애 아동을 성매수한 남성에게 손해배상 책임이 없다는 원심을 뒤집고 1천여만원의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서울서부지법 민사2부(이인규 부장판사)는 28일 지적장애아인 김모(15·가명 '하은이')양과 김양의 부모가 양모씨를 상대로 3천200만원의 위자료와 치료비를 배상하라며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1천2백여만원을 배상하라고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지능지수(IQ)가 70 정도로 장애인으로 등록되지 않은 경계성 지적장애인인 김양은 13세 때인 2014년 6월 가출해 스마트폰 앱으로 만난 양씨와 모텔에서 성관계를 했다.
형사 재판에서 양씨는 이 같은 혐의가 인정돼 벌금 400만원과 24시간의 성폭력 프로그램 이수를 선고받았다.
그러나 민사 1심 재판부는 "김양이 정신적인 장애로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상태에 있다고 인정할 수 없다"며 양씨의 손배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김양이 패소한 사실이 알려지자 여성인권단체들은 이 판결이 성매수자들에게 면죄부를 줬고, 법원이 장애인을 보호하기는커녕 성매매 행위자로 낙인 찍었다며 반발했다.
원심과는 달리 항소심 재판부는 김양의 행동에 자발성이 없었다고 판단해 판결이 뒤집혔다.
항소심 재판부는 "양씨는 김양의 성적 가치관이 충분히 형성되지 않은 상태라는 점을 충분히 알 수 있었음에도 오히려 이런 상황을 적극적으로 이용해 성적 만족을 얻었다"고 판시했다.
이어 "아동·청소년은 성적 가치관과 판단능력이 충분히 형성되지 않은 상태일 뿐 아니라, 육체적·사회적 약자로서 성인들로부터 보호받아야 할 입장에 있어 양씨의 범죄행위는 민법상 불법행위를 구성한다"며 김양의 손을 들었다.
십대여성인권센터 조진경 대표는 "재판부가 현명한 판단을 해줘서 당연한 판결이 나왔다"면서 "앞으로 같은 상황에 부닥칠 수 있는 피해자들의 걱정을 덜어주는 판결"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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