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포스코건설 이전은 포항 시민에 대한 배신행위

포스코건설이 연말쯤 포항 본사를 떠나 인천으로 옮긴다고 하니 어이가 없다. 직원 600여 명 가운데 500명이 전출되면 포항에는 이름뿐인 텅 빈 본사만 남게 될 것이다. 가뜩이나 모기업인 포스코의 긴축 경영으로 포항 경제가 휘청거리고 있는 때에 포스코건설마저 옮겨가면 포항은 그야말로 빈사 상태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포스코건설이 옮겨가는 이유를 들어보니 얼핏 타당성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꼼꼼히 뜯어보면 상식적으로 이해하지 못할 부분이 너무나 많다. 포스코건설에 따르면 철강 경기 악화로 포스코에서 나오는 일감이 감소한데다, 포항에서 벌여온 해외 플랜트 수주가 크게 줄었고, 업무 진행도 인천에서 하는 것이 낫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일감을 더 따내기 위해 수도권으로 가겠다는 뜻인데. 완전히 자가당착적 논리다. 인천에 가면 해외 플랜트 수주가 원활해지고 업무 진행이 효율적이라는 증거는 그 어디에도 없다. 아무리 좋게 보더라도, 뻔뻔한 자기변명에 불과하다.

포스코건설은 출발부터 포항과 함께한 기업이었다. 1994년 포항종합제철의 엔지니어링본부 및 건설본부 등을 모태로 포스코개발이 설립됐고, 2002년 현재의 이름으로 바꿨다. 포스코와 포스코건설이 포항 본사를 유지하는 이유는 포항 시민을 배려하고 박태준 전 회장의 경영 방침에 따른 것이다. 그런데도 포스코건설이 껍데기만 남기고 몸통을 옮겨가겠다는 것은 포항 시민에 대한 배신행위나 다름없다.

포스코건설의 턱도 없는 변명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포항시와 포항상의 등의 안이한 태도다. 포스코 관련 회사들이 늘 수도권으로 옮겨가길 원하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 포항시와 포항상의는 계속 늑장'소극 대응을 해왔다. 얼마 전 포스코ICT는 포스코LED를 수도권으로 몰래 옮긴 뒤 매각했고, 원전협력회사인 포뉴텍도 본사를 울산에 넘겨준 뒤 헐값에 매각했다. 당시에도 포항시는 이들 계열사가 몰래 본사를 옮기는 것을 모르고 있다가 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사후약방문이 됐다.

포항 경제는 엄중하고 위급한 상황에 놓여 있다. 포스코건설이 옮겨가면 직원과 가족, 하청업체 등 수천 명이 포항을 떠날 수밖에 없어 경기 위축은 불 보듯 뻔하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시장직을 걸고 포스코건설의 이전을 막아야 할 것이다. 포스코건설도 박 전 회장의 유지를 받들기 위해서라도 이전 계획을 당장 철회하는 것이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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