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불법 공사로 근로자 사망 책임 떠넘기는 SK텔레콤

국도 케이블공사 중 2명 숨져, 발주처인데도 허가 없이 작업

"SK텔레콤 이름만 빼주면 안 되겠습니까."

지난 3일 포항 7번 국도변에서 광케이블 공사를 하던 근로자 2명이 숨지는 사고(본지 4일 자 10면 보도)와 관련, 공사 발주처인 SK텔레콤이 원청과 하도급업체에 책임을 미루는 모습을 보이면서 지역 사회의 빈축을 사고 있다. SK텔레콤이 발주한 해당공사는 SK TNS가 원청, ㈜한우가 하도급을 각각 맡고 있다.

경찰 등에 따르면 숨진 권모(35) 씨 등 2명은 국도 왕복 4차로 양옆 통신주에 광케이블을 설치하기 전 작업선(와이어줄)을 달고 있었다. 신호수와 공사 표지판 등 안전시설이 현장에 배치됐지만, 속도를 내서 달리는 차량을 통제하기엔 역부족이었다.

더욱이 사전 도로점용허가도 받지 않은 불법공사였다. 결국 지나는 차량이 작업줄을 건드리면서 작업자가 도로주변으로 튕겨나갔다. 1명은 떨어지는 충격에, 다른 1명은 때마침 지나가는 대형트럭에 치여 목숨을 잃고 말았다.

가장을 잃으면서 두 가정이 한꺼번에 파괴되는 대형 사고가 발생했는데도 불구, 발주처인 SK텔레콤은 원청과 하도급업체에 책임을 미루면서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회피한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한우는 사고 다음 날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 와 "SK텔레콤의 이름을 빼줄 수 없느냐"고 했다. 또 "우리는 SK TNS와 계약했을 뿐 SK텔레콤은 공사와 아무런 관계가 없다"며 대기업 이름 보호에만 급급했다. SK TNS도 "SK텔레콤을 우리 이름으로 바꿔달라"고 기자에게 요청해왔다.

그러나 취재 결과, "이 공사가 SK텔레콤과 상관이 없다"는 이들의 주장은 사실과 달랐다. 현행 법규에 따르면 발주처가 직접 공사를 원하는 지역 국토관리청에 도로점용허가를 받도록 돼 있다. 이번 공사 역시 발주처 SK텔레콤이 도로점용허가를 받아야만 공사를 진행할 수 있기에, 사고와 SK텔레콤은 직접적 연관 관계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불법공사로 2명이 목숨을 잃었지만 공사 발주 기업 SK텔레콤은 사건에서 발을 빼기 위해 원청과 하도급업체에 모든 책임을 전가하는 이른바 '갑질'을 하고 있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발주처에서 수주를 받아 공사하는 원청과 하도급업체가 다음 공사를 위해 대기업의 죄를 모두 뒤집어쓰는 경우가 많은데, 이 사고도 마찬가지다. 돈만 벌면 그만이라는 SK텔레콤의 윤리의식을 그대로 보여주는 사고여서 더욱 씁쓸하다"며 "그러나 현행법의 처벌 규정은 안전상 문제와 관련, 원청까지만 책임을 물을 수 있고, 발주처는 발을 뺄 수 있는 조항을 담고 있어 상급기관에 건의, 향후 책임소재를 발주처까지 물을 수 있도록 반드시 개선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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