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해마다 되풀이되는 못 먹는 '약수'터, 해결책 없나

대구시가 관리하고 있는 약수터 18곳 중 14곳의 물이 마셔서는 안 될 물이다. 대구시 내 약수터 중 10월 기준 올 들어 5번 이상 총대장균군 검출 등으로 부적합 판정을 받은 곳이 무려 78%에 달했다. 이들 약수터는 대부분 수성구 욱수천과 용지, 남구 앞산 고산골 주변 등 주민 산책로 근처에 위치해 있는 것이다. 이름만 약수터로 되어 있을 뿐 실제로는 약수와는 거리가 먼 물이다.

해마다 약수터의 오염이 심해지고 있는데 관리는 따르지 못하고 있다. 검사 결과 한 해 5번 이상 부적합 판정을 받는 약수터 비율이 해마다 증가하고 있는 것이 그 증거다. 2014년에는 59%던 약수 아닌 약수터 비율이 지난해는 68%로 늘더니, 올해는 78%까지 치솟았다. 올 들어 18곳 약수터에서 10월까지 143번 검사를 했더니 이 중 101번이나 마시기에 부적합하다는 판단이 나왔다. 이 비율 역시 2014년 58%에서 2015년 67%, 올해 71%까지 올랐다. 약수터 중 마셔도 좋다는 판단을 받은 곳은 동구 동화사와 달서구 원기사, 평안샘터, 달성군 대림생수 등 4곳뿐이다. 다른 모든 약수터의 물은 마시기에 곤란한 물이다.

그런데도 대구시는 매달 실시하는 수질 검사 결과 부적합 판정을 받은 약수터에 '음용수 기준 부적합'을 알리는 게시판 하나 달랑 걸어둔 것이 고작이다. 시는 대구 지역 약수터가 지표수에 가까운 데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강수량이 많았던 점이 검사 결과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했다. 하지만 부적합 비율이 해마다 상승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같은 분석에 힘을 실을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오랫동안 약수터를 이용하던 시민들은 평소와 다름 없이 약수 아닌 약수를 마시고 있다.

검사 결과 부적합 판정을 받은 약수터에 대해서는 사용 용도를 명확히 밝혀야 한다. 음용 가능한지, 세척용으로만 사용할 수 있는지 등을 명기해 주는 것이 좋다. 나아가 지속적으로 음용할 수 없다는 판정을 받는 약수터는 일단 폐쇄해야 한다. 그리고 오염원을 찾아 제거하고 안전이 확인된 이후에 다시 개방해야 한다. 시민들이 안전하게 약수터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온전히 대구시의 의지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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