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트럼프 당선 이후 목소리 커지는 백인 우월주의 단체

도널드 트럼프가 제45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것을 계기로 미국에서 백인 우월주의가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20일(현지시간) 워싱턴 D.C의 '로널드 레이건 빌딩 앤드 인터내셔널트레이드 센터'에서 전날 진행된 국가정책연구소(National Policy Institute)의 연례 콘퍼런스를 전하면서 백인 우월주의자들이 트럼프의 당선을 축하하는 자리였다고 보도했다.

이 단체는 '대안 우파'(Alt-Right)로 불리는 백인 우월주의자들의 모임으로 2005년 설립됐다.

이날 콘퍼런스에서 대안 우파라는 말을 만든 리처드 스펜서는 "(백인 우월주의에 대한) 일깨움이 진행되고 있다. 운동이 성공적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행사에 참가하려고 시카고에서 온 매트 포니는 "우리의 정치적 영향력이 커지는 이런 상황이 올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면서 "2018년 중간선거에서는 백인 우월주의와 관련돼 있다고 공개로 말하는 후보도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로버트 테일러라는 참가자는 이날 행사를 "승리 파티"라고 부르면서 "트럼프의 당선으로 숨 쉴 여지가 생겼다"고 말했다.

트럼프가 이 단체 또는 대안 우파와 직접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선거 과정에서 트럼프가 내세웠던 불법 이민 반대 등의 구호가 백인 우월주의를 말하는 이들의 주장과 연결돼 해석될 수 있다.

또 인터넷매체를 통해 이들의 이데올로기를 적극적으로 퍼뜨렸던 스티브 배넌이 백악관 수석전략가로 임명된 것도 대안 우파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이날 행사에서는 트럼프 지지자들이 선거 과정에서 썼던 빨간색 모자가 많이 목격됐다.

또 트럼프의 얼굴이 새겨진 티셔츠도 빠르게 팔려 나갔다.

그러나 백인 우월주의 운동은 곳곳에서 저항도 받고 있다.

이런 단체에 행사 장소를 빌려주지 않겠다는 빌딩 소유주도 많으며, 과격한 주장을 하는 회원들의 소셜미디어 계정이 정지되기도 한다.

또 공화당 내부에서도 이런 이데올로기가 주류가 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보수주의 성향이지만 트럼프에는 비판적인 블로거 에릭 에릭슨은 "그들이 논란이 되는 주장을 버리지 않는다면, 공화당에서 전폭적으로 받아들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트럼프 당선 이후 미국 내 각급 학교에서도 소수인종 학생들이 공격당하는 일이 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아이오와주의 웨스트하이스쿨에서는 히잡을 쓰고 점심을 먹던 여학생이 남학생으로부터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는 말을 들었고, 며칠 뒤 같은 학교에서는 흑인 학생 옆을 지나가던 학생들이 "트럼프!"를 외치기도 했다.

인종차별적인 발언이나 행동에 항의하는 시위를 하는 학생들도 생겼다.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 외곽에 있는 라듀에서는 학생들이 1주일에 두 번 학교를 나와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이런 일들을 거론하면서 선거 이후 학교에서조차 긴장과 저항이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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