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렇게 누워 있을 처지가 아닌데…." 중국 동포인 유강천(가명'48) 씨는 몸이 회복되기만을 바라고 있다. 며칠 전 5시간에 걸쳐 심장판막 2개를 고치는 수술을 받았지만 마음 편히 쉬지 못한다. 몇 달째 월급을 미루는 회사 탓이다. "지난해 회사가 어려워지면서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했어요." 지난 2014년 한국을 찾은 유 씨는 지난해 9월부터 경산의 한 자동차부품공장에서 일했다. 급여가 만족할 만한 수준이라 중국의 아내와 딸에게 넉넉히 돈을 부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현실은 냉담했다. 사업주는 3개월 만에 "회사가 어렵다"며 월급을 절반으로 줄였다.
아내와 딸에게 보내는 돈을 줄이지 않으려 유 씨는 허리띠를 졸라맸다. 가족들에게 송금하고 남은 40만원으로 원룸 월세와 각종 공과금을 내곤 지갑을 닫았다. 회사 측은 회생절차에 들어가면 월급이 정상화될 것이라고 약속했지만 이뤄지지 않았다. 그는 결국 지난달 퇴직해 대구고용노동청에 진정서를 냈다. 그러나 밀린 급여와 퇴직금 등 1천만원에 가까운 체불임금을 언제 받을 수 있을지 기약이 없다. "아내가 병간호를 하겠다며 한국으로 왔어요. 미안한 마음에 2년 만에 만난 아내 앞에서 고개를 들지 못했어요."
◆임금 체불에 갑작스러운 병마까지…
지난 7월 유 씨는 급성폐렴으로 한 달간 치료를 받았다. 완치 판정을 받고 두 달 뒤 기침이 심하고 숨이 찬 증상이 재발했다. 고통은 이전보다 훨씬 심해 잠을 잘 수조차 없었다. 폐렴이 도진 줄 알고 찾아간 병원에서는 "폐보다 심장 쪽에 문제가 있어 보인다"고 했다. 대학병원에서 받은 심전도 검사에서 유 씨는 '승모판막 폐쇄 부전증' 진단을 받았다. 심장의 승모판막이 닫히지 않아 피가 역류하는 질환으로, 자칫 목숨을 잃을 수 있어 응급수술이 필요했다. "그야말로 막막했죠. 월급도 제대로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 수술비만 500만원이 넘는다고 하니까…."
병마와 싸운 4개월 동안 중국에 있는 아내와 딸에게 생활비를 제대로 보내지 못했다, 모아둔 재산도 없다. 아내와 딸 역시 중국에서 월세를 내며 살고 있다. 유 씨가 생활비를 넉넉하게 보내지 못하자 아내는 여기저기서 돈을 빌려 아이를 돌보고 있다. 어릴 때부터 춤추길 좋아하던 딸은 세 살 때부터 스포츠댄스를 배우고 있다. 딸을 교육시키며 조금씩 쌓인 빚이 벌써 2천500만원이나 된다. "제가 한국에 온 것도 딸에게 계속 스포츠댄스를 가르치고 싶기 때문이에요. 형편이 안 좋다고 딸이 하고 싶어하는 것을 포기하도록 만들 순 없어요."
◆딸의 꿈을 지켜주고 싶은 아빠
"제 어린 시절 꿈이 축구 선수였지만 집안 형편이 어려워서 제대로 시도해보지 못했어요. 우리 딸은 그렇게 만들 수 없어요." 유 씨에겐 어린 시절의 기억이 생생하게 남아 있다. 축구를 좋아했지만 가난한 형편에 축구화는커녕 축구공도 없어 학교에 굴러다니던 공을 주워 놀았고, 낡은 신발은 구멍이 나기 일쑤였다. "어머니한테 얼마나 혼이 났는지…. 입에 풀칠하기도 어려운데 무슨 축구냐고요."
그래서 유 씨는 힘이 닿는 한 딸을 지원하고 싶다. 주변에서는 "부족한 형편에 무리하지 말라"고 말려도 딸의 뒷바라지를 포기할 생각은 없다. 유 씨는 딸이 다 클 때까지 한국에서 일할 생각이다. 한국에서 일하는 동안만큼은 명절에도 중국에 가지 않을 생각이다.
"고생하기로 마음먹고 왔으니까 외로운 건 참을 수 있어요. 한국 오는 날 상하이 공항까지 따라 나와서 '아빠, 힘내요'하며 울던 딸을 떠올리며 위안 삼아야죠."
유 씨는 딸과 매일 전화통화를 한다. 그리고 딸에게 "아빠가 이렇게 고생하고 있으니 너는 열심히 춤을 춰야 한다"고 말한다. "아이가 지난 9월 중국에서 가장 큰 스포츠댄스 대회에서 1등을 했다더군요. 딸이 상을 타면 모든 고생을 보상받는 기분이에요. 딸은 저의 유일한 자랑이자 희망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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