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비보호좌회전만 311곳 위협받는 횡단보도 보행자들

21일 대구 동구 율하동의 한 교차로에서 시민들이 보행신호에 따라 횡단보도를 건너가는 동안 비보호 좌회전을 하는 차량이 진입해 보행자 안전이 위협되고 있다. 성일권 기자 sungig@msnet.co.kr
21일 대구 동구 율하동의 한 교차로에서 시민들이 보행신호에 따라 횡단보도를 건너가는 동안 비보호 좌회전을 하는 차량이 진입해 보행자 안전이 위협되고 있다. 성일권 기자 sungig@msnet.co.kr

차량 통행 효율을 위한 비보호좌회전 도로가 늘고 있지만 보행자 안전을 위협한다는 우려가 높다.

교차로에서 신호 없이 좌회전하는 차량이 신호에 따라 길을 건너는 보행자들을 위협하기 때문이다. 21일 낮 12시 30분쯤 대구 동구 율하동 율하휴먼시아 7단지 남쪽 입구 교차로. 이곳은 동서방향에서 남북방향으로 향하는 좌회전이 비보호이다. 좌회전 차로 차들은 양방향 직진신호가 떨어지자 맞은편에서 오는 차를 피해 급하게 좌회전을 했다. 같은 시간 횡단보도에도 녹색 보행신호가 켜졌다. 속도를 높여 좌회전하던 차는 횡단보도 보행자들을 발견하고 급하게 차를 멈췄다.

북구 구암동 태암교네거리도 같은 문제를 안고 있다. 남북으로 이어진 팔거천동로의 차량이 동서방향의 태암로로 좌회전할 때 신호가 없다. 양방향 직진 때 맞은편 차를 피해서 좌회전을 해야 하고, 보행신호를 받고 횡단보도를 건너는 사람들도 살펴야 한다. 주민들은 "구암고 학생들이 밤늦게 다니기 때문에 현재 비보호좌회전은 위험하다"며 "직진과 좌회전 동시신호로 바꿔 달라"고 주장했다.

특히 아파트 단지가 밀집한 곳에서 비보호좌회전에 대한 주민 불만이 높았다. 달서구 유천동과 대천동 등 아파트 단지와 인접한 한솔초교와 한샘초교 주변 교차로는 비보호좌회전이다. 주민들은 보행자 신호가 나면 어린 학생들이 바로 횡단보도로 뛰어가는 바람에 좌회전 차와의 사고 위험이 높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경찰청의 '교통운영체계 선진화 연구용역'(2009년)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보호좌회전에서 비보호좌회전으로 바꿀 경우 좌회전 교통사고가 3배 정도 증가하는 것이 일반적인 경향"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비보호좌회전 교차로는 늘고 있다. 대구경찰청에 따르면 11월 현재 대구의 비보호좌회전 교차로는 모두 311곳이다. 지난해 301곳보다 10곳(3.3%)이 증가했다. 2014년 225곳이던 것이 지난해 76곳(33.8%)이나 증가했다. 이는 좌회전 차량의 신호 대기시간을 줄이기 위해 좌회전 신호가 있는 교차로에서 직진 신호에도 비보호좌회전을 허용하는 '비보호 겸용 좌회전'(PPLT)을 도입한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비보호좌회전에 따라 보행자 안전이 위험하다는 것에는 공감을 하지만 주민이 원하는 대로 좌회전 신호를 바로 설치하기는 어렵다"며 "교통량에 따른 도로의 통행 효율과 주변 신호체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뒤 신호 도입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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