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와 뮤지컬의 차이에 대해 물어보는 사람이 많다. 오페라의 성악가들은 숙련된 벨칸토 발성으로 음향 시스템의 지원 없이 노래한다. 반면 뮤지컬 가수는 마이크를 활용하여 대중 가수들과 비슷한 창법을 쓴다는 게 가장 큰 차이점이다. 대사를 처리하는 방식도 다르다. 오페라는 레치타티보(음악적인 낭독)를 사용하지만 뮤지컬은 연극과 동일한 대화 형식이다. 음악과 극의 결합 및 무용, 무대장치, 의상 같은 미술적인 요소 등 모든 장르가 통합되는 종합무대예술이라는 것은 오페라와 뮤지컬이 일맥상통한다.
오페라와 뮤지컬 제작은 대다수 공연기획 업무의 최종 지향점이다. 모든 공연 장르를 한 작품 속에서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대 장치들도 다른 공연 종류와 비교하여 복잡하고 미(美)적이다. 두 분야의 영향을 받아 공연장이나 기획사에 몸담게 된 사람도 많을 것이다. 카메론 매킨토시와 앤드류 로이드 웨버 같은 세계적인 프로듀서들은 공연 제작자들에게 선망의 대상이다. 단지 음악을 좋아했던 나를 공연 분야의 길로 이끈 것도 바로 뮤지컬과 오페라다.
개인적으로 프랑스 뮤지컬에 대한 애정은 남다르다. 대학 시절 '지킬 앤 하이드'와 '레미제라블' 등 브로드웨이 뮤지컬에 푹 빠져 있었다. 그런 찰나에 '노트르담 드 파리'는 미국 작품만 알던 나에게 새로운 충격이었다. 낭만적인 가사와 서정적인 멜로디, 배우들의 폭발적인 가창력은 이 장르에 대한 나의 가치관을 바꿔 버렸다. 출연자들의 노래와 춤 외에도 대사적인 측면을 강조하는 브로드웨이 뮤지컬과는 달리, 송스루(Song-Through, 대사 없이 노래가 계속 이어지는 형식) 진행 방식은 지금까지도 프랑스 뮤지컬을 사랑하는 가장 큰 이유이다.
오페라에 대한 관심은 대학 졸업 후 찾아왔다. 평소 국내외 유명 성악가들의 음반을 통해 많은 곡을 접했지만 오페라에 대한 이해는 부족했다. 처음으로 관람한 오페라는 베르디의 리골레토였다. 평소 전자 음향에 익숙했던지라 극 초반에는 귀가 답답했다. 하지만 뮤지컬에서 느껴보지 못한 클래시컬한 사운드와 오페라 가수들의 시원한 발성은 이내 나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고딕 양식의 무대세트 또한 나에게는 신세계였다. 그날 이후 결심했다. '내 천직은 공연이다.'
오페라와 뮤지컬! 두 장르는 늘 내 가슴을 설레게 한다. 웃는얼굴아트센터는 내년 리모델링 완료 후 뮤지컬과 오페라 시리즈 공연을 계획하고 있다. 물론 예산 상황이나 극장의 공간적 한계로 규모 있는 작품을 올리기는 어려울 것이다. 작지만 지역민들이 공감하고 쉽게 즐길 수 있는 기획을 구상하고 있다. 언젠가는 대구를 브랜드로 한 멋진 작품을 제작해보는 날도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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