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5월 영국 경도상(經度賞) 위원회는 사회적 난제 해결에 1천만파운드(당시 약 170억원)의 상금을 내걸었다. 제시한 난제는 친환경 비행, 식량, 물, 치매, 신체 마비자 운동 능력 되살리는 방법, 항생제 내성 문제 등 6가지다. 일반인들의 투표 결과 '항생제 내성'이 최우선 난제로 선정됐다. 그 무렵 위원회는 2020년쯤 시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도상은 1714년 영국 의회가 바다에서 정확한 경도를 측정하는 계측기 개발자에 상금 2만파운드를 준 것이 시초다. 당시 경도를 제대로 측정하지 못해 많은 배들이 항해 중 좌초해서다. 20년 후 '크로노미터'를 처음 만들고 개량한 시계공 존 해리슨이 상금의 주인공이 됐다. 이후 경도상은 그 맥이 끊겼다가 비영리재단 네스타(Nesta)에 의해 300년 만에 부활했다.
경도상은 단지 영국의 발전이나 미래 전략의 범주에만 머물지 않는다. 인류 공동의 난제를 해결해 문명 발전에 기여한다는 취지가 다분하다. 영국이 이를 선도한다는 점에서 그 가치와 목표 의식이 부럽기까지 하다.
재벌 총수들이 얼마 전 국정조사 청문회에 나와 창피를 당했다. 국회의원들의 겁박에 급기야 전경련 탈퇴와 해체, 싱크탱크 전환 등 쇄신 방안을 거론했고 그제 LG그룹과 KT가 전경련 탈퇴를 선언했다. 삼성과 SK도 탈퇴를 기정사실화했다. 허창수 전경련 회장은 내년 2월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일부 대기업의 탈퇴 소식이 전해지자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트위터에 "범죄로 얼룩진 단체를 싱크탱크로 세탁하는 것이 쇄신안이냐"며 모진 소리를 해댔다. 해체하든, 친목단체로 남든 아니면 싱크탱크로 변신하든 그들이 정할 문제다. 하지만 1961년 설립 이후 50년 넘게 한국 사회에 남긴 전경련의 부정적인 유산을 말끔히 걷어낼 의무가 있다. 단순히 얼굴 바꾸기가 아니라 환골탈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전경련 600여 개 회원사의 연회비는 500억원에 가깝다. 여의도 50층 높이의 전경련 회관 임대료 수입 등 연간 순이익도 100억원이 넘는다. 이 정도면 우리 사회에 충분히 기여할 수 있는 액수다. 미르'K스포츠재단에 수십억원씩 뜯기고도 제 잇속을 챙기는 게 전경련의 가치라면 네스타는 영국에만 존재할 수 있다고 우겨도 할 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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