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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연장 논의에 산업계 '한숨'…연공서열제 부담 가중 "채용에 악영향"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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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년연장특별위원회 제1차 본위원회의에서 소병훈 위원장(가운데), 김주영 간사(왼쪽)와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년연장특별위원회 제1차 본위원회의에서 소병훈 위원장(가운데), 김주영 간사(왼쪽)와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정년 연장 입법 논의가 본격화 된 가운데 기업의 부담을 가중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연공서열형 임금체계가 유지되고 있는 현실을 고려했을 때 인건비 비중이 높아지고 채용 시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특히 자금이 부족한 중소기업의 경우 인력난을 겪으면서 경직된 노동시장 구조로 부담이 더 크다는 여론이 팽배하다.

◆"사람이 없다"…정년 연장 논의에 현장선 '한숨'

정년 연장 논의가 이어지자 제조업계 현장에선 "현실을 먼저 봐야 한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자동차 전장부품 기업 대표 A씨는 "정년 연장 논의도 하기 전에 제조 현장을 직접 보라"며 "중소기업에는 사람 자체가 없다"고 토로했다. 그는 "생산 현장은 3D 업종이라 기피되고, 남아 있는 직원들은 워라밸을 중시해 일하기를 꺼린다"며 "급여는 올라가는데 생산성은 점점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중소기업 대표들은 정년 연장이 본격화되면 기업들의 인건비 부담이 커져 결국 무인화와 자동화가 더 빨라질 것으로 전망했다. 또 다른 자동차 부품업체 대표 B씨는 "요즘 중소 제조업체들은 AI와 로봇을 활용한 무인화 설비 도입에 관심이 많다"며 "일자리 창출보다 인건비 절감에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고, 중대재해처벌법 등 각종 규제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고령화라는 흐름 속에서 정년 연장은 결국 가야 할 길이라는 공감대에도 불구하고 노동시장 유연화가 선행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자동차 부품 관련 중견기업 임원 C씨는 "청년 고용과 임금 인상 문제 등은 반드시 풀어야 할 과제이지만, 생산 가능 인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정년 연장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라면서도 "인건비나 고용 형태를 탄력적으로 운영해야 하고, 귀족노조라 불리는 경직된 문화도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년 연장 시 연간 고용비용만 30조

정년 연장에 따른 비용 부담도 크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의 '고령인력 활용 확대를 위한 노동시장 과제' 보고서를 보면 정년이 65세로 연장될 경우 60~64세 정규직 근로자(59만명) 고용에 따른 비용은 연간 30조2천억원에 달한다. 이는 25~29세 청년층 90만2천명을 고용할 수 있는 수준이다.

연공서열 및 호봉급제로 인한 부작용도 상당하다. 정년 연장의 대안으로 부상한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기업의 비중도 낮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경영계는 일률적인 정년연장 방식을 반대하며 직무·성과 중심의 임금체계 개편과 노동시장 경직성 해소와 같은 과제를 우선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국경제인협회 관계자는 "경직적인 노동시장, 생산성을 반영하지 못하는 임금체계 등으로 기업들의 고령 인력 활용 부담이 과중하다"면서 "일률적인 정년연장은 지양하고 고령자 고용기업 혜택 확대, 직무가치·생산성 등을 반영한 임금체계로의 개편 등을 통해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고령 인력을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상대적으로 대응력이 취약한 중소기업을 위한 지원책도 필요하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정년 65세 시대' 어떻게 맞이할 것인가?' 보고서를 통해 "정년의 의미가 크지 않고 정년제 도입률이 낮은 소규모 기업, 정년제 운영이 어려운 중소·중견기업, 임금피크제 등과 정년제를 연계해 운영하고 있는 대기업은 각각 영향과 입장이 다를 수 있다"면서 "정년연장은 사업체 규모별, 연령대별로 미치는 영향이 다르므로, 충분한 자료 분석을 토대로 세심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고령 숙련 인력의 활용도가 높은 소규모 기업 및 중소기업은 인력난 해소 차원에서 수용성이 있다. 그러나, 인건비 및 인사관리 부담 등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고용지원금의 확대, 세제 혜택, 컨설팅 등 정부의 정책적인 지원을 병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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