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문재인, 사드 배치 입장 분명히 하고 국민 선택 받으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를 놓고 이른바 '잠룡'(潛龍)들이 확연한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다. 바른정당의 유승민 의원과 남경필 경기지사,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등 보수 진영 인사가 모두 찬성하고 있는 가운데 진보 진영의 안희정 충남지사도 같은 의견이다. 사드 배치에 동의하지 않지만 국가 간 협상을 뒤집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안 지사의 주장이다.

반면 진보 진영 인사는 모두 반대다. 그러나 약간씩 차이가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확실한 반대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반대에서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 완성 때까지 시한부 배치'라는 조건부 반대로 바뀌었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공동대표는 좀 혼란스럽다. 당론은 반대지만 안 전 대표는 "차기 정부에서 국익을 최우선으로 검토하고 외교적 수순을 밟아야 한다"는 연기론이다.

이런 가운데 현재 지지율 1위를 달리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찬성도 반대도 아닌 모호한 자세로 일관하고 있다. 지난해 사드 배치가 확정된 직후 '재검토'공론화'에서 10월에는 '북핵의 완전 폐기를 위한 외교적 노력'이란 입장을 거쳐 12월에는 "다음 정부로 넘기라"로 바뀌었다. 하지만 지난 15일에는 "반드시 철회하는 것을 작정하고 (다음 정부로) 넘기라는 것이 아니다"며 다시 말을 바꿨다.

17일 정식 발간되는 대담집 '대한민국이 묻는다-완전히 새로운 나라, 문재인이 답하다'에서는 더욱 헷갈리는 소리를 늘어놓았다. "어쨌든 지금은 한미 간 협의를 했고, 그나마 효과를 볼 수 있다면 북핵으로 불안해하는 국민에게 심리적 불안을 덜어주는 정도고, 북한을 압박하는 효과가 있다면 그런 정도로 인정할 수 있다"고 했다. 선불교의 공안(公案)을 대하는 것 같다. 사드가 필요하다는 것인지 아닌지 보통 사람의 문해력(文解力)으로는 이해할 수가 없다.

문 전 대표는 차기 대권에 가장 가까이 접근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렇다면 그에 걸맞게 행동해야 한다. 사드 배치를 찬성하는지 반대하는지 분명히 밝히고 국민의 선택을 받으라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이도 저도 아닌 말로 사드 배치 문제를 피해가는 행동은 비겁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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