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귀국 후 20여 일 만인 1일 대선 불출마를 전격 선언했다.
불출마 선언 직전까지 국회를 방문해 정당 대표자들을 잇달아 만나고 전날까지 제3지대 빅텐트론을 주장하면서 대선을 위한 광폭 행보를 벌여 왔던 반 전 총장이었기에 갑작스러운 이날 불출마 선언은 정치권에 큰 충격이었다.
반 전 총장의 불출마 선언으로 여권은 야권에 대항할 유력한 주자를 상실하는 등 조기대선 흐름이 가팔라져 대선 정국이 요동치고 있다.
반 전 총장은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제가 주도해 정치교체를 이루고 국가를 통합하려던 순수한 뜻을 접겠다"며 "이런 결정을 한 심경에 대해 국민 여러분이 너그러이 양해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사퇴 이유에 대해 반 전 총장은 "일부 구태의연하고 편협한 이기주의 태도에 지극히 실망했다. 이들과 함께 길을 가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판단에 이르게 됐다"며 "순수한 애국심과 포부는 인격살해에 가까운 음해와 각종 가짜 뉴스로 정치교체 명분이 실종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는 "제가 이루고자 한 꿈과 비전은 포기하지 않겠다"며 "10년에 걸친 유엔 사무총장 경험과 국제적 자산을 바탕으로 나라의 위기를 해결하고 대한민국의 밝은 미래를 위해 어떤 방법이든지 헌신하겠다"고 밝혀 대외 활동은 중단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반 전 총장은 "개인과 가족, 제가 10년을 봉직했던 유엔의 명예에 큰 상처만 남기게 됨으로써 결국 국민에게 큰 누를 끼치게 됐다"며 "저를 열렬히 지지한 많은 국민과 따뜻한 조언을 해준 분들, 가까이서 함께 일한 많은 분들을 실망시키게 된 점에 대해 깊은 사죄의 말씀을 드리며 어떤 질책도 달게 받겠다"고 양해를 구했다.
그러면서 그는 "갈가리 찢어진 국론을 모아 국민 대통합을 이루려는 포부를 말한 것이 (귀국 후) 지난 3주간 짧은 시간이었다"며 "현재 우리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나 아니면 안 된다는 유아독존 태도를 버려야 한다"고 정치권에 촉구했다.
한편 반 전 총장을 유력 영입 후보로 꼽아왔던 새누리당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여론조사 지지율이 가장 높은 후보를 갖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은 유리한 지형이 만들어졌다는 분석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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