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세사만어 世事萬語] 고마워요, 삼성!

'고마워요, 삼성!'

최순실 일족에게 어떻게든 시혜(?)를 베풀고자 무던히도 애썼던 박근혜 대통령이나, 최순실 씨가 한 말이 아니다. 대통령 취임 이후 보름 남짓 만에 전 세계를 충격과 혼돈으로 몰아넣고 있는 '막가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삼성이 미국에 (가전제품 생산) 공장을 지을 것'이라는 신문기사를 보자마자 잽싸게 트위트를 통해 '고마워요, 삼성!'이라는 하트를 '뿅뿅' 날렸다. 미국에 공장을 짓지 않고 멕시코에서 제품을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할 경우 엄청난 국경세를 부과하겠다며 글로벌 기업들을 협박하는 모습과 비교하면 당혹스럽다. 그러나 속내를 들여다보면 트럼프의 마음은 한 가지 목표에 집중하고 있다.

삼성은 미국에 가전공장을 짓는 문제를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아직 결정된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세계 최고의 권력자라는 품위(?)에 걸맞지 않게 삼성에게 하트를 날린 이유는 무엇일까. 그렇다. "삼성은 반드시 미국에 공장을 지어야 한다"는 무언의 협박을 한 것이다. '하트'는 삼성의 선택에 따라 언제든지 '화살'이 될 수 있다는 경고인 셈이다.

권력을 이용해 기업을 협박하고 이를 통해 부당하게라도 '특정' 이익을 취하려는 트럼프의 행동은 어떤 의미에서 '최순실 게이트'를 닮았다.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은-본인은 최순실에게 속았다고 해명 아닌 해명을 하고 있지만-최순실 일족의 이익을 위해 발벗고 나선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내 일자리 창출을 위해 '막가파'를 자초하고 있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막무가내식 정책이 진정 미국의 이익에 부합할지, 실질적으로 미국 내 일자리를 늘릴지에 대해서는 아직 알 수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트럼프는 '일자리'를 제대로 창출하는 것은 '기업'이라는 걸 정확하게 알고 있다는 점이다.

국가 채무가 하루 1천200억원씩 늘어 내년 상반기엔 700조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빚더미 나라에서 세금으로 공공 부문 일자리 81만 개를 만들겠다는 대선 여론조사 지지도 1위 후보의 공약보다는, "내가 공갈'협박범이 되어서라도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나서는 트럼프가 더 순수해 보인다.

이런 상상도 해본다. 박근혜 대통령이 재벌들을 독대하면서, "우리 젊은이들이 일자리가 없어 청년실신시대(청년실업+청년신용불량)라는 암흑기를 보내고 있으니, 무조건 일자리를 만들어라. 그러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도와주겠다. 그리고 젊은이들의 미래를 꺾는 재벌귀족노조를 반드시 혁파하겠다"고 말하고, 이 때문에 권력 남용으로 탄핵소추를 당했다면 거리를 헤매는 많은 젊은 실업자들이 탄핵반대 집회에 태극기를 들고 동참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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