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론에서 유기체는 자신의 생존과 번식을 위해 다른 유기체를 이용하고 착취하는 이기적 존재다. 그래서 유기체 군집에서는 자기 이익 극대화를 위한 음모와 투쟁이 판을 칠 것이란 추정은 자연스럽다. 하지만 실제는 다르다. 다른 개체의 이익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이타주의가 자주 발견된다. 독수리나 매 등 포식자에게 가장 먼저 발견될 수 있음에도 포식자의 접근을 동료에게 알리려고 경계음(警戒音)을 내는 새의 행동 같은 것들이다.
현대 진화론은 이런 자기희생이 생겨나게 된 진화적 기제로 '호혜적 이타주의'를 든다. 호혜적 이타주의란 희생과 보답의 상호 교환이다. 진화론자들은 이를 "네가 내 등을 긁어주면 나도 긁어주마"라는 말로 압축한다. 학자들의 관찰에 따르면 경고음을 내는 새는 동료에게서 먹이 등 어떤 형태로든 보상을 받는다고 한다.
이타주의가 '호혜적'으로 굳어진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순수한 의미의 이타주의를 보유한 개체는 다른 개체의 이용 대상일 뿐이다. 즉 아무런 보상이 없는 자기희생은 진화할 수가 없다는 얘기다. 두 번째는 이타주의를 이용만 하는 이기적 전략도 살아남을 수 없다는 점이다. 한 번 속지 두 번 속지는 않기 때문이다. 이기적 행동은 보복을 당하게 마련이다.
이는 미국의 생물학자 로버트 트리버스와 정치학자 로버트 액설로드가 공동 수행한 컴퓨터 게임에서 분명하게 확인됐다. 이기적 전략과 이타적 전략이 맞붙은 이 게임의 최종 승자는 이기적 전략도 이타적 전략도 아닌, '선에는 선, 악에는 악'으로 보답하는 '팃 포 탯'(Tit-for-Tat, 맞불 작전) 전략이었다. 이기적 전략은 처음에는 성공했으나 게임이 거듭할수록 실패율이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졌다. 보복 때문이다.
인간 사회도 마찬가지다. 대표적인 예가 대공황을 불러온 1920년대의 보호무역주의였다. 미국이 자국의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관세를 59%나 올리자 다른 국가들도 일제히 강력한 보복으로 맞섰다. 무려 20개국이 미국 상품에 보복 관세를 부과한 것이다. 그 결과 세계 무역 규모는 1929년 360억달러에서 1932년 120억달러로 3분의 2가 증발했다. 세계는 이런 대공황의 터널에서 벗어나기 위해 2차 세계대전까지 기다려야 했다.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는 전형적 이기주의다. 이런 전략은 자연에서든 인간 사회에서든 지속 가능하지 않다. 오는 게 있어야 가는 게 있는 법이다. 트럼프가 명심해야 할 평범한 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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