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외국어 남용, 정말 이대로는 안 된다

요즘 신문이나 방송 출연자들이 하는 말을 유심히 들어보면 외국어를 적지 않게 사용하고 있음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아니 이제는 외국어 사용을 선호하는 차원을 넘어 남용하고 있는 정도여서 여간 안타깝지가 않다.

예를 들어 '치유'라 하면 될 것을 '힐링'으로, '사실'(진상)을 '팩트'로, '청사진'(미래상)을 '로드맵'으로, '아내'(마누라, 부인)를 '와이프'('남편'을 '허즈번드'라 부르지 않으니 그나마 다행이지만)로, '예약부도'를 '노쇼'로, '다 걸기'를 '올인'으로, '기술'(기능, 솜씨)을 '스킬'로, '주인'(소유주, 사주)을 '오너'로, '뒷돈'을 '리베이트'로, '위험'(위험성)을 '리스크'로, '보살핌'(관리)을 '케어'로, '논평 보류'(답변 불가)를 '노코멘트'로, '정보'를 '팁'(tip)으로, '사진 찍는 곳'을 '포토존'으로, '보고서'를 '리포트'로, '차림표'를 '메뉴'로, '생각'을 '아이디어'로, '대기실'(복도)을 '로비'로, '단순하다'(간단하다)를 '심플하다'로, '고급'(호화, 초호화)을 '럭셔리'로, '완전 국민경선제'를 '오픈 프라이머리'로, '말씨'(단어 선택, 자구)를 '워딩'으로, '꿈의 땅'(꿈의 나라, 이상향)을 '드림 랜드'로, '일정'을 '스케줄'로, '정신'을 '맨틀'로, '마음'(생각)을 '마인드'로, '점검'을 '체크'로, '열쇠'를 '키'로, '공천 배제'를 '컷오프'로, '지시'를 '오더'로, '야외 활동복'(야외)을 '아웃도어'로, '계절'(어떤 활동이 가장 활발히 이루어지는 시기)을 '시즌'으로, '상품명'(상표)을 '브랜드'로, '배낭'(등 가방)을 '백 팩'으로, '손님'(내빈, 특별 출연자)을 '게스트'로, '특별한'(특수한)을 '스페셜'로, '요리 명장'(조리사)을 '셰프'로, '조리법'(요리법)을 '레시피'로, '포옹'을 '허그'로, '임무'(해야 할 중요한 일)를 '미션'으로, '흰빛이 섞인 연붉은 빛'을 '핑크'로, '갈색'을 '브라운'으로, '주요어'(핵심어)를 '키워드'로, '참살이'를 '웰빙'으로, '존엄사'(편안한 죽음)를 '웰다잉'으로, '이윤'(이익, 중간이윤)을 '마진'으로, '중심'(중앙)을 '센터'로, '혼잡시간'(대)을 '러시아워'로, (격이나 품질 따위가)'높아지다'를 '업그레이드'로, '얼굴의 생김새'(얼굴 모양)를 '마스크'로, '발언'(해설, 논평)을 '멘트'로, '차 마시는 시간'(휴식 시간)을 '티타임'으로 쓰고 있다.

이처럼 우리말로 해도 충분히 뜻이 통하는데, 왜 굳이 외국어를 즐겨 사용한단 말인가? 우리말을 몰라서는 분명코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외국어를 쓰는 게 이미 습관이 되어서거나 아니면 남들에게 유식해 보이려고 일부러 허세를 부리는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민족'언어'국토는 국가를 형성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특히 국어는 우리의 민족 얼을 계승하는 지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러시아의 문호인 투르게네프는 임종 때 조국의 아름다운 말이 잊히지 않게 해 달라는 간곡한 유언을 남겼다고 하지 않는가.

어쨌든 우리는 말을 할 때 부득이한 경우가 아니라면 외국어를 쓰지 않도록 노력하는 자세가 꼭 필요하리라고 본다. 필자는 그 누구보다도 신문과 방송이 우리말 쓰기에 앞장서야 한다고 생각한다. 언론이 우리말 쓰기 운동을 대대적으로 펼쳐주었으면 하는 마음, 정말로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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