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복지법인들의 도의회 금품 로비, 저급한 집단이기주의

최근 경북에서는 노인복지사업 이익단체가 경북도의회를 상대로 금품 로비를 벌여 말썽을 빚고 있다. 그런데 로비 내용이 비상식적이고 치졸하다. 자기 단체에 대해 추가 지원 또는 특혜를 달라는 것이 아니라, 경쟁 사업자에 대한 지원을 끊어달라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15일 경찰은 개인요양시설 지원 예산 삭감 명목으로 500만원을 주고받은 혐의로 경북 법인요양시설협회(이하 협회) 임원과 경북도의원을 각각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협회는 경북도가 올해 첫 편성한 사설 노인요양시설 근무자 수당 2억4천만원을 삭감해 달라고 부탁했다는 것이다.

경찰은 협회가 로비 자금 명목으로 회원들로부터 4천700만원을 거뒀으며 도의원 12명을 순차적으로 만나는 등 조직적으로 움직인 정황을 포착했다. 해당 도의원은 돈을 그 자리에서 돌려줬다고 주장해 향후 법정 공방이 예상되지만, 로비는 성공했다. 도의회가 사설 노인요양시설에 대한 예산을 전액 삭감한 것이다. 반면, 법인요양시설에 대한 근무자 수당 14억여원은 그대로 통과시켜줬다.

경북에는 법인 147개, 개인 228개의 노인요양시설이 있다. 이 중 법인 사업자에 대해서는 국가가 무상으로 시설을 지어주고 근무자 수당 등 예산을 지원하고 있는 반면, 개인 사업자에게는 이렇다 할 혜택이 없다.

개인은 법인에 비해 규모 및 운영 여건에서 매우 불리한 상황이다. 이는 개인 노인요양시설 이용자들에 대한 서비스 질 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상대적 강자인 법인 사업자들이 개인 사업자를 견제하기 위해 도의회에 금품 로비를 벌였다는 것은 상도덕에 어긋나며 집단 이기주의의 전형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경북도의회도 특정 단체의 이익에 앞장섰다는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 또한 일부 복지단체들이 법인을 사실상 사유화하고 보조금 비리를 저지르고 있다는 것이 공공연한 비밀인데 적폐 해소에 나서기는커녕 대변자 노릇을 한 셈이다. 경북도는 부정 청탁에 따라 예산 삭감이 이뤄졌다는 세간의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 만큼 잘못에는 책임을 묻고, 삭감된 예산을 되살리는 등 후속 대책을 시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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