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가 시민의 자긍심을 높이기 위해 '대구시민 주간'을 준비하고 있다. 비록 늦은 감이 있지만, 지역정체성을 확보하는 일이 21세기형 도시 경쟁력의 원천이라는 것을 인식한 것이다. 지금까지는 대구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 경제 활성화만이 정답이라고 생각했다면, 이제는 물질적인 경제뿐만 아니라 정신적 문화를 기반으로 경쟁력의 원천을 확보하려 한다는 점에서 큰 전환을 보인 것이다.
올해 처음으로 진행되는 대구시민 주간에는 다양한 행사들이 기획되어 있지만, 이들 행사의 초점은 대구시민의 정체성을 모색하려는 데 맞추어져 있다. '대구알기 가족 골든벨'이나 '청년 복면가요제' 같은 프로그램은 대구를 이해하고 대구의 정신을 이미지화하는 기획이라는 점에서 참신하다.
국채보상운동을 소재로 한 뮤지컬이 4일 연속 공연되고, 대구의 역사를 주제로 하는 학술대회가 여기저기에서 열린다. 대구시민 주간은 국채보상운동이 일어난 21일을 기점으로 시작해서 2'28민주운동이 일어난 28일 끝이 난다. 그런 점에서 대구시민 주간은 대구의 근대역사를 관통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에는 대구의 역사를 관류하면서 그것이 오늘날의 시대정신으로 승화되는 대구의 구심점이 절실하다는 문제 제기가 일어나고 있다. 요즘 선진지역에서는 기존의 역사박물관을 넘어, 과거 역사가 시민들의 살아있는 삶을 기록하는 아카이빙과 결합되고, 이를 체험'학습하고 창작하는 소위 박물관과 아카이브 그리고 도서관이 통합되는 개념의 '라키비움'(라이브러리+아카이브+뮤지움)이 추진되고 있는데, 이것은 문화'역사와 지식이 결합되어 지역경쟁력을 만들어 내는 새로운 방식이다. 프랑스 파리의 퐁피두센터는 일찍부터 이런 시도를 하여 파리의 젊은이들을 모으고 있다. 오래된 도서관을 털어내고 그곳을 도서관, 미술관, 창작관, 아트숍, 공연장이 결합된 역동적인 '복합문화예술 공간'으로 재구성하여 파리를 찾는 수많은 관광객으로부터 사랑받는 명소로 탈바꿈했다. 퐁피두센터 앞 '광장'은 파리의 고색창연한 어떤 박물관보다 예술적 역동성이 살아 있는 젊은 장소다.
대구에서 광장형 복합문화공간으로서의 가능성을 가진 곳을 찾는다면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을 들 수 있다. 이 공원은 국채보상운동이라는 세계적 자산을 가지고 있다. 외채 망국의 위기 앞에서 국민의 기부로 그 외채를 책임지겠다는 '시민책임운동'의 요람이면서 '국민적 기부운동의 산실'이다. 국채보상운동기념관과 중앙도서관, 한국은행의 화폐박물관이 공원을 중심으로 흩어져 있어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은 라키비움적 요소를 이미 완비하고 있다. 이들 기존의 건물에 생명력을 불어넣고 예술과 문화의 옷을 입혀 세계적인 '책임의 전당'으로 완성시켜나갈 필요가 있다.
광주에서는 '5'18민주화운동기록물'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면서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을 설립하였고, 청주시는 '직지심경'이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면서 '고인쇄박물관'에서 유네스코가 인정한 '직지상'을 개설했다. 부산에서는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기록물을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는 과정에서 '일제강제동원역사관'을 설립했고, 경북은 '음식디미방'을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하여 영양의 두들마을을 음식디미방 촌락(체험관'교육관'전시관)으로 조성했다. 이는 지역정체성을 잉태한 자산을 지역경쟁력으로 연결시키려는 노력들이다. 국채보상운동기록물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목전에 두고 있는 현 시점에서 시민의 힘을 모아 대구를 세계적 도시로 확장하는 대구정신의 구심점을 만드는 일이 절실하다. 대구의 중심이면서 세계로 열어가는 창(窓)이 되는 이런 공간 하나쯤을 대구는 가질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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