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115억 들인 안동시의회 청사, 누굴 위해선가

안동시가 115억원을 들여 내년 6월 완공을 목표로 안동시의회 건물 신축에 들어갔다. 안동시청 주차장 부지 위에 들어설 시의회 청사는 지하 1층에 지상 4층 규모로 2~4층은 시의회, 1층은 시청이 쓸 계획이다. 신축 이유는 시청 건물이 비좁아 민원인 불편이 크고 경북 10개 시 가운데 시의회 독립 건물이 없는 곳은 안동뿐이라는 것이다.

한심하고 터무니없는 명분이다. 안동시와 시의회의 수준을 의심할 만하다. 먼저 공간 부족 문제다. 시청은 부족한 공간 해소를 위해 본관 외에 2013년 별관을 지었다. 별관을 짓고도 공간 부족과 민원인 불편이 여전했다면 이는 애초 공간의 효율적 배치와 활용에 실패한 탓이다. 별관 신축 때 이를 충분히 감안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나 다름없다.

다음, 독립 청사 문제다. 궁색하고 구시대적이다. 독립 청사가 있어야만 활동을 제대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새 청사여야 의회 위상이 높아지고 품격이 올라가는 일도 없다. 굳이 외국 사례를 들지 않아도 우리 국회만 봐도 그렇다. 안동시에서 벌어진 숱한 비리, 불합리한 행정이 독립 청사가 없어서 견제하지 못해 일어난 것은 아니다. 차라리 시의회가 집행부 계획을 말려야 했다. 도긴개긴이다. 정신문화수도라는 홍보 문구가 부끄럽다.

또 있다. 안동시는 2011년 본관 3층 의회를 5억2천만원이나 들여 손을 댔다. 7천만원으로 집기도 새로 들였다. 그리고는 독립 청사를 짓겠다며 2015년 신축 계획을 세웠다. 생각 없는 예산 낭비의 무계획 표본이다. 시와 의회는 짬짜미로 새로운 세금 낭비에 앞장선 꼴이다. 경북도의 심사도 의문이다. 이런 사정은 살피지 않고 최근 심사에서 통과시켜서다. 사정을 따지면 쉽게 통과될 수 없는 일이다. 심사에 대한 강한 의문이 남는 것은 마땅하다.

새 청사의 유지 관리 비용도 만만찮다. 집기는 그냥 쓴다지만 다른 추가 비용은 어쩔 수 없다. 가뜩이나 안동시 재정자립도는 2015년 전국 180위에서 지난해 199위로 추락했다. 공무원과 의원이 호주머니를 터는 일은 절대 없을 터이다. 이러고도 제정신이라면 안동과 나라 앞날도 어둡다. 누굴 위한 청사인가. 지금이라도 길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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