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짜리 안경 값 95$로 확 낮춰
'와비 파커'온라인 사업 혁신 모델 돼
자선활동에 동참하는 기쁨 누리게
구매할 때마다 저개발국 기증 약속
경영학계의 원로이신 윤석철 교수는 이익극대화가 아닌 주고받음을 통한 지속 가능한 경영의 틀로 '생존부등식'을 제시하고 있다. '제품의 가치'(V)> '제품의 가격'(P)> '제품의 원가'(C)로 표현되는 생존부등식은 소비자가 특정 제품으로부터 느끼는 가치는 지불하는 가격보다 커야 하고, 가격은 공급자에게 소요된 원가보다 커야 함을 의미한다. 통상적으로 이익극대화를 추구하는 경영자는 부등식의 오른쪽에 집중하여 원가(C)절감 노력을 치열히 하고, 가격(P)도 최대한 올려 공급자 이윤을 극대화하고자 한다. 그러나 이러한 시도로 가격이 올라갈수록 판매가 줄어들고, 가격이 제품의 가치(V)보다 커지는 순간 소비자는 대체품을 찾게 되어 이 제품의 판매는 일어나지 않게 된다. 결국 소비자들의 견제로 적정한 가격이 유지됨으로써 공급자도 적정이윤을 얻을 수 있게 된다. 즉 고객에게 가치를 줄 수 있어야 기업도 반대급부를 받을 수 있으니 '줄 수 있어야 살아갈 수 있는 셈'이다.
경쟁이 치열한 구도에서는 일방적인 가격 책정이나 원가절감이 쉽지 않고 결국 소비자들에게 주는 가치(V)를 얼마나 키울 수 있는지가 경영의 핵심이 된다. 그런데 '주는 것'이 쉽지 않다. 나의 '목표 고객'이 누구이며 그 '고객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알지 못하면 제대로 줄 수 없다. 고객을 이해하고자 하는 '열린 마음'이 필요한 대목이다. "내 제품과 서비스가 이렇게 훌륭한데 고객이 알아주지 않는다"가 아니라 "내가 모시고자 하는 고객이 필요로 하는 것, 불편해하는 것이 뭘까?"를 항상 찾는 태도와 "그에 대한 해결책을 찾아 제공하겠다"는 절박한 노력이 필요하다.
사실 성공체험을 한 선도기업일수록 나를 내려놓고 고객을 바라보는 열린 마음을 갖기가 어렵다. 우리나라 홈플러스의 대주주이기도 했던 영국의 테스코는 저성장 시대에 온라인의 편의성과 저렴한 가격을 원하는 고객의 요구에 대한 대응이 늦어 신선식품 시장을 무점포 온라인 할인점인 '오카도'(Ocado)에 빼앗기는 지경에 이르렀다. 영국에만 3천500개 매장을 가진 테스코는 기본적으로 매장별 효율화에 몰두해 있었다. 이에 반해 신생 온라인 기업 '오카도'는 고객들이 매장에 가는 번거로움 없이 신선식품 쇼핑을 원하는 니즈를 파악하고, 고객이 온라인으로 주문하면 24시간 내 원하는 시간에 테스코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신선식품을 배달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오카도'는 점포 대신 편리한 주문 시스템, 혁신적인 물류센터와 배송망 구축, 고객 서비스에 집중 투자함으로써 고객의 신뢰를 얻고, 연평균 20%에 달하는 놀라운 성장을 할 수 있었다.
2015년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업으로 선정된 '와비 파커'(Warby Parker)는 열린 마음으로 사업 모델을 잘 만들어 낸 대표적인 사례다. 이 회사의 창업자들은 "왜 안경이 이렇게 비싸야 하며, 왜 꼭 매장에 가야만 하는가"라는 고객의 불편한 점을 온라인 체험판매라는 방식으로 해결하여 2010년 창업했다. 고객이 홈페이지에서 마음에 드는 안경테 5개를 고르면 집으로 배송해준다. 고객이 5일간 써본 뒤 1개를 골라 도수와 눈 사이 치수를 입력하고 받은 테를 반송하면 새 안경을 제작하여 다시 보내준다. 오프라인 안경점을 통해 300~500달러나 줘야 살 수 있던 안경을 95달러로 가격을 낮추었고, 여러 모델을 며칠 동안 써보고 고를 수 있어 고객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이런 파격적인 가격이 가능한 것은 새로운 안경 디자이너들의 폭넓은 참여와 검증된 생산업체와의 협력을 통해 독과점적 공급 구조를 깨고, 직거래를 통해 유통마진을 줄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열린 나눔'의 약속도 성공 요인이다. 이 회사는 고객이 안경을 구매할 때마다 같은 수의 안경을 저개발국에 기증하겠다는 약속을 하고 이를 철저히 지켰다. 고객 입장에서는 좋은 안경을 저렴하게 사는 것도 큰 가치인데, 내가 구매할 때마다 자선 활동에 동참하는 나눔의 가치까지 누릴 수 있으니 엄청난 가성비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이다. '생존부등식'은 기업뿐만 아니라 사회 속의 모든 조직과 우리 각자에게도 적용되는 보편적인 원리다. 따라서 이 부등식을 만족시키지 못하면 기업이 망하는 것처럼 정부를 포함한 공조직과 개인도 생존부등식을 충족시키지 못하면 존재의 가치가 없음을 명심해야 한다. "과연 내가 일하는 조직과 내가 준비하는 사업, 그리고 나의 생존부등식은 지금 어떠한 상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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