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서 보면 아름답지만
가까이 보면 구슬땀 가득
갤러리 DOT(대구 중구 교동4길)는 개관 기념으로 '달콤, 쌀벌한 미술'전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 초대된 작가는 자신만의 미술세계를 구축하고 있는 김홍주, 임동식, 최병소, 홍명섭 작가이다. 이들의 작품에는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류병학 미술평론가는 그 이유에 대해 "달콤하면서도 동시에 살벌하다"고 설명했다.
김홍주 작가의 작품을 처음 대하면 마치 벽면에 아름다운 꽃을 추상화해 그린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림은 묘사나 이미지를 그린 것이 아니다. 김 작가는 "붓이 화면에 닿을 때의 육감적인 감정을 표현했다"고 했다. 작품을 가까이서 보면 캔버스에 가는 붓으로 수천 번, 수만 번 선들로 그려진 것임을 볼 수 있다. 이를테면 그의 작품은 살벌한 노동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임동식 작가의 작품 '고개 숙인 꽃에 대한 인사'는 평화로운 풍경 속에서 남자가 꽃에게 고개 숙여 인사를 한다. 오래된 벽화처럼 담담하고 건조한 질감과 수채화 같은 분위기를 자아낸다. 유화 물감에 기름을 최소화하고 가는 붓으로 물감을 얹듯이 그리는 독특한 화법은 임 작가의 자연에 대한 경외심의 발로이다. 그런데 작품에 가까이 다가서면 캔버스에 가는 붓으로 수천 번, 수만 번 선들로 겹쳐 그린 것임을 확인할 수 있다. 말하자면 그의 작품도 살벌한 노동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말이다.
최병소 작가의 작품은 마치 벽면에 아름답게 반짝이는 얇은 금속판이 설치된 것으로 착각하게 한다. 하지만 작품에 다가가면 신문지에 수천 번, 수만 번에 걸쳐 볼펜과 연필로 지우기'그리기를 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신문지라는 현실적 매체에 말을 지우고, 의미를 지우고, 이미지를 지우는 소멸의 과정을 통해 탄생을 부여한다. 최 작가는 "시간과 자신을 지우는 작업임과 동시에 자신이 정화되는 과정"이라고 했다. 그의 작품 역시 살벌한 노동의 결과이다.
홍명섭 작가의 작품은 누군가의 발을 종이로 캐스팅한 것으로 보인다. 이 탈제(de-titled) 시리즈는 1995년 '베니스 비엔날레 주체 기획전 ASIAN'에 초청되었으며, 1993년부터 지금까지 장소와 상황에 따라서 다양한 설치 형태로 전시되고 있다. 탈제 시리즈는 존재의 껍질을 상징하고 있다. 하지만 가까이서 보면 수십 장의 한지 조각들을 세심하게 부착해 제작한 것임을 알게 된다. 그렇다면 그의 작품 또한 살벌한 노동을 통해 제작된 작품이다.
권소희 대표는 "조형 요소의 기본이 되는 '점'처럼 갤러리 DOT를 조형의 기본에 충실한 작가와 작품을 소개하는 공간으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6월 18일(일)까지. 053)424-2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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