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회 그늘진 곳 밝히는 사랑의 마이크 30년…김덕수 연예예술인총연합 대구 사무처장

400회 공연 다닌 전직 경찰관…장애인 시설 한걸음에 달려가

반짝이 의상이 잘 어울리는 김덕수(58'연예예술인총연합회 대구 사무처장) 씨의 봉사 마일리지는 7천930시간. 적십자 열성 봉사자들도 20년은 족히 걸린다는 포인트다. 뜻밖에 김 씨의 전 직업은 경찰관이었다.

고교 때부터 방송반 진행을 도맡아 했다는 김 씨. 영남대 교내 방송국에서 아나운서를 맡으면서 자신이 마이크 체질임을 알았다고 한다.

"1970년대 대구 시내 대학축제란 축제는 다 뛰어다녔어요. 그땐 MC 인기가 웬만한 아이돌급 못지않았죠. 팬레터도 제법 받았습니다."

김 씨의 마이크 이력(履歷)은 군에 입대하면서 일단락되는 듯했다. 제대 후 잠시 교직에 몸담았으나 '제 옷'이 아닌 것 같아 1년 만에 사표를 냈다. 이듬해 갑작스레 순경 공채를 쳤고 뜻하지 않게 경찰 생활을 시작하게 됐다.

'시민의 지팡이'를 꿈꿨지만 딱딱한 명령체계, 계급조직은 그의 적성에 맞지 않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쌓여가는 스트레스에 제복을 벗을까 수도 없이 고민했다. 그를 슬럼프에서 구해준 결정적 계기가 찾아왔다. 1983년 '가요사랑봉사단'에서 MC 봉사자로 스카우트 제의가 들어온 것이다.

그렇게 다시 쥐게 된 마이크는 30년 넘게 그를 무대에 붙잡아 두었고 그의 운명이 되었다.

"그동안 합천 원폭 피해자, 고령 대창양로원, 안동 평강의집부터 장애인시설까지 400여 회 공연을 다녔어요. 보통 목욕봉사, 위문공연을 같이 했기 때문에 꼬박 하루를 보내야 했죠."

지역 사회에 그의 입담과 공연 진행 솜씨가 알려지면서 또 한 번 도약 기회가 찾아왔다. 1985년 지인의 추천을 받아 지역 연예인협회에 등록한 것이다.

정식 연예인이 되자 그의 봉사무대는 전국구급이 되었다. 대구에서 경주, 포항은 물론 경기, 인천 수도권까지 그의 공연 스펙트럼이 넓어졌다. BTN 불교방송과 라디오(i-net) 음악프로 진행자로 활동했고 각종 케이블TV에도 출연했다.

현재 김 씨는 매월 버스커들과 '천사노래예술단'을 이끌고 거리공연을 다니고 있다. 이 외 '지사모봉사단' '새샘터봉사단' 등 5개의 봉사모임을 이끌고 자선활동을 펼치고 있다. 양로원이나 장애인 복지시설에서 연락이 오면 팀을 꾸려 한걸음에 달려간다.

라디오 진행자로 치면 '골든 마우스' 감이지만 그런 명예에는 크게 관심이 없다. 대신 각종 상들이 그 자리를 채워주고 있다. 2008년 대통령 표창, 2003년 내무부(현 행정자치부) 장관상, 2005년 봉사대상을 받았다. 설 무대가 있고 그 무대에 맞는 재능이 있고 그 재능이 사회의 어두운 곳을 밝게 비출 수 있다는 하나만으로 그의 가슴은 늘 콩닥거린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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