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이런 말을 했다. 하늘에는 별이 있고 땅에는 꽃이 있으며 우리의 마음속에는 사랑이 있다고.
기타를 못 치면 간첩이라는 시절이 있었다. 학창시절 홀로 시간을 보낼 때나 산이나 강으로 야유회를 갈 때면 늘 누군가가 어깨에 기타를 메고 저 별은 나의 별 저 별은 너의 별이라는 가사로 시작되는 노래를 불렀다. 밤새도록 모닥불을 피워 놓고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면서 친구들 간에 우정과 사랑을 나누곤 했다. 이렇게 한 시대를 풍미했던 통기타 문화는 우리들에게 낭만과 사랑이라는 한 다발의 꽃 선물을 안겨주었던 것이다. 누군가와 우정을 나누고 사랑하는 일도 꽃을 피우는 일인 것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꽃을 사랑하는 마음은 같겠으나 우리는 예부터 꽃을 사랑하는 민족이었다. 우리나라의 꽃에 대한 내력을 살펴 보면 삼국시대 이전부터 꽃을 키워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 선조들은 꽃병에 꽃을 꽂고 집 안 뜰에 꽃을 심어 그 풍치를 즐겼으며 또한 풍류를 좋아해 꽃으로 만든 화전이나 화채를 해서 먹거나 꽃놀이 삼아 자연 풍경을 즐기곤 했다. 다른 사람의 집을 방문할 때도 그 집에 액운을 떨치고 행운을 가져다주는 의미로 꽃을 선물하였다. 꽃을 사랑하는 우리 민족은 다양한 꽃 문화를 즐기면서 우리 민족의 소박하고 강인함 즉, 고유한 정신문화의 틀을 이루었던 것이다. 그만큼 문화는 우리의 전반적인 생활양식을 뜻하며 우리의 정체성 속에 남아 있는 삶 그 자체를 의미하기 때문에 우리의 문화가 사라진다면 민족정신도 허약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1980년 이후 급격한 경제발전을 이룩한 이래 국민소득이 늘어나면서 생활이 윤택해진 반면 물질만능주의 풍조가 생겨났다. 수천 년 동안 내려온 우리 고유의 문화와 윤리 등이 불과 몇십 년의 산업화 과정에서 사라져 가고 있다. 꽃은 분명 우리 정서와 순화에 크게 기여하고 있으나 대부분의 사람은 이처럼 중요한 사실을 모른 채 살아가고 있으며 그에 따른 꽃 소비도 줄어들고 있다. 덩달아 화훼산업도 상당히 위축되고 있다. 꽃 소비가 계속해서 줄고 있는 마당에 지속적인 경기침체와 청탁금지법의 여파로 인해 화훼산업은 어느 때보다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
먹거리가 아닌 만큼 경기가 좋지 않으면 꽃 소비가 많이 줄어드는 것을 한편 이해할 수도 있으나, 엎친 데 덮친 격으로 2016년 9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청탁금지법은 화훼산업에 종사하고 있는 분들에게 큰 고통을 안겨주고 있다. 청탁금지법은 우리 사회의 현주소를 새로 고치는 중요한 취지의 법임은 틀림없다. 그간 얼마나 부정한 금품수수가 성행했으면 이런 법률이 시행될까 하는 씁쓸한 생각이 든다. 그러면서도 '꽃이 부정청탁의 뇌물이란 말인가?'라는 느낌을 떨치기 어렵다.
누군가가 나에게 꽃은 선물인가 아니면 뇌물인가를 물으면 나는 떳떳이 선물이라고 말할 수 있다. 가슴속의 선물이라고. 분명 꽃이 뇌물일 수가 없는 이유는 사랑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나를 가르치는 선생님의 고마움에 답하기 위해 드리는 꽃다발 그리고 어버이 가슴에 정성껏 달아 드리는 꽃 한 송이는 바로 사랑인 것이다.
얼마 전 우리 대구에서도 꽃 소비촉진 홍보를 위해 꽃을 사랑하는 분들과 공무원 등이 '원 테이블 원 플라워' 운동의 일환으로 한 지하철역에서 출근하는 일반 시민들에게 꽃 한 송이를 함께하는 행사를 가졌다. 이것은 분명 꽃 문화의 새로운 시작과 꽃 소비촉진을 알리는 출발선이다. 모두가 힘들겠지만 지속가능한 행사로 정착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꽃이라는 이름만으로도 사랑을 느낄 수 있고 사람을 끌어당기는 힘이 생긴다.
댓글 많은 뉴스
나경원 "李 장남 결혼, 비공개라며 계좌는 왜?…위선·기만"
이 대통령 지지율 58.6%…부정 평가 34.2%
트럼프 조기 귀국에 한미 정상회담 불발…"美측서 양해"
김기현 "'문재인의 남자' 탁현민, 국회직 임명 철회해야"
주진우, 김민석 해명 하나하나 반박…"돈에 결벽? 피식 웃음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