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오전 10시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서관 417호 법정.
김세윤 재판장(형사합의 22부)의 지시에 따라 박근혜 전 대통령이 피고인 신분으로 재판정에 들어섰다. 박 전 대통령은 그동안 네 차례 출석한 재판 때와 마찬가지로 집게핀으로 머리를 고정했고 감색 정장을 입었다. 공판 절차와 분위기에 적응한 탓인지 당황한 기색은 없었다. 무표정한 얼굴에 초췌한 모습이었다. 박 전 대통령 지지자로 보이는 일부 방청객이 사진촬영을 시도하자 법원 경위가 곧바로 제지했다. 재판장은 박 전 대통령이 피고인석에 앉기 전 "재판이 본인에게 불리하게 전개된다고 느끼면 지체 없이 생각을 밝혀 달라"고 당부한 후 착석을 명했다. 박 전 대통령은 자신의 변호인들과 묵례를 나눈 후 자리에 앉았다.
◆공판 속도 낼 듯, 6월 셋째 주부터 주 4회 재판 전망
이후 재판은 ▷방청인 주의사항 당부 ▷검사'피고인 측 출석 확인 ▷공판 경과 공유 및 절차상 요구 사항 진술 등 정해진 절차대로 진행됐다. 검사와 피고인 측 변호사는 각각 6명이 출석했다.
특히 이날 공판절차 논의과정에선 일주일에 몇 차례 재판을 열지를 두고 재판부와 변호인 측이 이견을 보였다. 재판부는 정확한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며 주 4회 재판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재판부는 얼마나 더 증인신문을 해야 할지 모르기 때문에 6월 셋째 주부터는 주 4회 재판이 불가피하다는 뜻을 나타냈다.
김 재판장은 "12일이 시작되는 셋째 주가 되면 기소된 지 두 달이 되고 기록 열람복사를 한 지 한 달이 훌쩍 넘는다"며 "롯데, SK 관련 심리만 한 달 반 내지 두 달이 걸리고 블랙리스트 관련 진술자가 90여 명, 재단 관련도 140여 명으로 파악된다"고 이유를 밝혔다.
다만, 김 재판장은 "검찰은 주 5회 공판을 말했지만 박 전 대통령 체력 문제 등으로 곤란할 것 같다"며 "체력을 고려해 증인신문을 핵심사항 위주로 해 달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변호인 측은 박 전 대통령의 건강을 이유로 주 4일 재판에 나오는 것은 무리라며 최소 이달까진 주 4회 재판을 보류해달라고 요청했다.
유영하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의 체력적 부담이 굉장할 듯하다"며 "공개 법정이라 박 전 대통령의 건강과 관련한 말씀은 따로 올릴 테니 최소한 이달까진 고려해 달라"고 선처를 호소했다.
재판부는 변호인 측의 재판준비에 차질이 없도록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변호인의 접견을 일과 시간 이후에도 허락해 줄 것을 구치소 측에 요청했다. 이달 셋째 주부터는 수요일을 제외한 평일에 모두 공판이 진행될 전망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침묵 유지
본격적으로 진행된 이날 공판은 검찰과 특검에서 재판부에 제출한 증거(증인 진술) 가운데 피고인 측에 유리한 내용을 변호인이 재판부에 제시하고 설명하는 변호인 의견진술로 진행됐다.
변호인 측은 증인들의 검찰 진술 가운데 박 전 대통령이 국정 농단에 개입한 사실이 없다는 증언 내용을 소개하며 검찰의 기소 내용을 반박했다.
변호인 측은 검찰이 국정 농단 사건의 결정적인 증거로 제시한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수첩을 입수하는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는 점을 강조하는 한편 박 전 대통령의 국정 개입을 주장하는 증인들의 진술은 사실이 아니라 추정 또는 부정확한 기억에 의존한 것이 대부분이라고 주장했다.
검찰이 제출한 증인의 진술에 대한 변호인의 반대 의견 제시로 진행된 이날 공판은 시종 단조로운 분위기로 진행돼 방청객 가운데 상당수는 재판 중 졸음을 참지 못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박 전 대통령 역시 변호인의 의견 제시를 경청하면서도 틈틈이 자세를 고쳐 잡으며 긴장감을 유지하려 애썼다. 박 전 대통령은 오전 공판 종료 직전 재판장의 공판 과정에 대해 할 말이 없느냐는 질문에 "네, 없습니다"라는 대답 외에는 아무런 발언도 하지 않았다.
한편 이날 오전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박 전 대통령 호송차 주변에서 박 전 대통령의 무죄를 주장하며 태극기를 흔들기도 했으며, 점심 식사를 위해 법원 구내식당을 방문한 박 전 대통령 변호인들에게도 격려의 뜻을 전달했다. 유 변호사는 재판진행 상황을 묻는 질문에 "진행 중인 사건이라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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