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변방으로 밀려나는 TK 정치권

대구경북 의존 높은 한국당, 대표로 출마할 인물 못 찾아

'아, 옛날이여!'

문재인정부 출범 한 달을 맞은 9일 대구경북(TK) 정치권의 소회다.

이명박'박근혜 대통령으로 이어지는 지난 9년 동안 권력의 핵심에 있었던 TK 정치권은 '변방'으로 밀려났다. 한때 권부의 중심에서 정권의 진로까지 설계했던 '영포회'와 '진박(박근혜)'은 추억 속 단어가 됐다. 정부기관 곳곳에 포진해 있던 지역 출신 인사들이 물러나면서 지역 현안을 상의할 비빌 언덕도 사라지는 중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각종 인사에서 지역 안배가 이뤄지고 있지만 핵심 요직을 꿰차는 대구경북 인사는 찾기 힘들다"며 "지역 안배 차원에서 발탁된 영남 출신 인사 가운데 상당수가 부산경남에 연고를 두고 있는 점도 대구경북을 더욱 힘들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동안 발탁된 TK 출신 인사 가운데 무늬만 지역 출신일 뿐 지역 밀착도가 약한 인사들이 다수라는 점도 아쉬운 대목이다.

더욱이 대선 후 TK를 텃밭으로 했던 제1야당 자유한국당의 지리멸렬로 TK의 시름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한국당은 6월 첫 주 한국갤럽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전국적으로 8%로 지지율이 곤두박질쳤다. 내달 3일로 예정된 한국당 전당대회에 당 대표 후보로 출마할 지역 정치인도 없는 실정이다.

한국당 관계자는 "한국당이 지난 대선에서 참패함에 따라 전통적인 지지기반인 대구경북에 대한 의존도가 더욱 높아진 상황임에도 대구경북이 당내에서 주도권을 쥐지 못하고 있다"며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여당 내 지역 정치인들도 이렇다 할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기대를 모았던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마저 새 정부 초대 내각 인선을 둘러싸고 청와대에 확실하게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고 있는 분위기다. 김부겸 국회의원(대구 수성갑)이 행정자치부 장관에 발탁되긴 했지만, 김 의원을 제외하고 문재인정부에서 역할을 할 만한 인사가 눈에 띄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차기 총선에 출마할 '예비 후보군' 양성 차원에서라도 당의 취약지역인 대구경북 출신 인사를 더 많이 발탁해야 한다는 주장을 적극적으로 전개할 필요가 있다"며 "그래야 제2, 제3의 김부겸이 탄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관가와 금융권에서도 '좋은 시절 다 갔다'는 자조가 쏟아지고 있다.

관료조직은 아직 가시적인 변화는 없지만 장'차관 인사가 마무리되면 불가피하게 현 정부와 지역적으로 '궁합'이 맞는 관료들이 승진 코스에 배치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금융권에서도 정부 지분이 많은 금융기관을 중심으로 새 정부의 코드 인사를 걱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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