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세계유산도시 안동]<3>인도의 세계문화유산 관리는

불교 석굴 진수 관광화…지역경제 살리는 역사적 재산

불교는 모든 인간이 평등하다는 교리로 카스트 제도와 브라만 계급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불교는 마우리아 제국의 아소카왕의 절대적 지지를 받으면서 상인의 교역로를 따라 전파됐다. 인도에는 엘로라와 아잔타 등 석굴이 대표적 불교 유적으로 세계유산으로 지정돼 있다. 엘로라 석굴 가운데 불교 유적인 10번 석굴 비스바칼마 내부 모습. 엄재진 기자
불교는 모든 인간이 평등하다는 교리로 카스트 제도와 브라만 계급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불교는 마우리아 제국의 아소카왕의 절대적 지지를 받으면서 상인의 교역로를 따라 전파됐다. 인도에는 엘로라와 아잔타 등 석굴이 대표적 불교 유적으로 세계유산으로 지정돼 있다. 엘로라 석굴 가운데 불교 유적인 10번 석굴 비스바칼마 내부 모습. 엄재진 기자
엘로라 석굴 전경
엘로라 석굴 전경

1. '한국의 전통사찰' 세계유산 등재 추진

2. 종교유산의 탁월한 보편성과 세계유산

3. 인도, 네팔의 세계유산과 불교유산

4. 유교와 불교문화의 공생, 봉정사

5. 봉정사, 세계유산적 가치의 전승

우리가 해외여행길에서 만나는 유적지는 어디일까?. 영국에 가면 웨스트민스터 대성당을 볼 것이고, 터키에 가면 아야소피아나 블루모스크를 지나칠 수 없을 것이다. 만약 인도를 여행한다면 적어도 하나 이상의 힌두사원과 불교 유적지를 접하게 될 것이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그 나라를 대표하는 문화유적지이자 종교 사원이라는 점이다.

종교는 인간의 가장 고차원적인 문화 현상이다. 정신적 상징과 함께 그 지역의 정치'경제'사회'예술 등 인류 문화적 특성을 가장 잘 담아내고 있다. 그 때문에 종교는 보편성과 특수성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 또 지역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나는 문화 현상의 일부다. 종교를 인간 정신의 최상위 개념으로 이해하는 것은 종교가 인간 생활의 모든 것을 반영할 뿐만 아니라 문화의 총체적인 결집체이기 때문이다. 어떤 여행가들은 "삶이 피곤할 때, 영혼이 지칠 때는 인도로 여행을 떠나라"고 한다. 그만큼 인도는 종교와 신들의 세계다. 인도의 불교 유산에는 어떤 보편성과 특수성이 있을까? 어떤 인간의 고차원적인 문화 현상을 담고 있을까?

◆인도 계급사회에 대한 반발 "불교, 모든 인간은 평등하다"

불교는 브라만교에 대한 반발에서 싹텄다. 불교는 모든 인간이 평등하다는 교리로 카스트 제도와 브라만 계급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불교는 마우리아 제국의 아소카왕의 절대적 지지를 받으면서 상인의 교역로를 따라 전파됐다.

인도는 지리적으로 해양 진출이 유리했기 때문에 상업적으로 활발하게 교류하며 불교가 전파됐다. 인도 가까이에 자리한 동남아시아 지역은 불교의 원형에 가까운 테라바다파의 상좌부 불교(소승불교)가 전파됐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불교는 발상지인 인도에서 점차 통치자와 귀족, 상류층만의 종교로 변질되면서 인도인들로부터 서서히 멀어져 갔다. 그리고 불교가 떠난 공백을 세계에서 가장 다채로운 빛깔을 지닌 힌두교가 채워 나갔다.

인도의 대표적 불교 유산은 아잔타와 엘로라 석굴이다. 인도에서 석굴사원이 조성되기 시작한 때는 기원전 2세기부터 1세기 초다. 이후 기원후 9세기까지 석굴사원의 전성기를 맞았다. 데칸고원 서부지역에 밀집되어 있음도 흥미롭다.

조그만 망치 하나로 이룬 거대한 건축물이다, 이런 석굴 하나 완성하는 데 30~100년이 걸렸다. 3대 이상 대물림하면서 정성을 기울였다. 신앙심이 없으면 이룩할 수 없는 난공사 중의 난공사였다.

석굴은 위에서 아래로 파 들어가면서 실내공간을 만들고, 어느 정도 공간이 만들어지면 불탑과 불상을 조각하고, 또 여러 군데에 문양 등 화려한 장식을 새겼다. 일반 건축물 형식의 석굴이다. 목조건축은 풍화와 화재로 사라지는 운명을 가지고 태어났으나 석굴은 시간을 비껴가게 하는 장점을 갖고 있다.

◆엘로라 석굴, 불교'힌두교'자이나교 종교 변천 품고 공존

인도 아우랑가바드에서 버스를 타고 30㎞쯤 달리면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엘로라 석굴' 입구에 도착한다. 이곳은 현무암으로 이뤄진 산을 깎아 만든 석굴들이 1.6㎞에 걸쳐 늘어서 장관을 이룬다.

엘로라 석굴은 500여 년에 걸쳐 34개의 석굴 사원이 조성됐으며, 불교'힌두교'자이나교 등 3대 종교가 하나의 장소에서 어우러져 공존하고 있다는 점에서 인도 종교의 변화를 한눈에 살필 수 있다. 게다가 서로 다른 종교적 이질에도 불구하고 서로 훼손하지 않은 채 포용하고 있다.

1~12번까지 석굴은 5~6세기에 만들어진 불교 사원이고, 13~29번까지는 7~9세기에 만들어진 힌두교 사원, 30~34번까지는 8~10세기에 만들어진 자이나교 사원으로 과거 인도에 영향을 주었던 종교 역사를 한눈에 감상할 수 있다.

불교 사원으로 유명한 곳은 10번과 11번이다. 10번 비스바칼마(Visvakarma) 석굴은 2층 구조다. 외부는 자연석 상태로 거칠게 있으나 안으로 들어가면 본격 건축이 조성돼 있다. 차이티야 형식의 예불 공간이다. 내부는 그야말로 아름다움의 극치를 이룬다. 내부 천장은 좁은 말굽형 형태로 환상적인 소리 울림을 가능하게 한다. 예불 공간 전면 중앙에는 큰 불상을 조각하고, 죄우로 보살상들을 조각했다.

제11석굴은 3층 구조의 승방이다. 외부는 천연 바위 상태이나 좁은 계단을 올라 진입로를 따라 들어가면 요새와 같은 건축물이 나온다. 겉에서 보면 현대식 아파트 같다. 복도를 따라 방이 연결돼 있다. 거기다 일렬로 세운 가지런한 기둥과 실내 구조는 합리적이다.

◆아잔타 석굴, 인도 불교문화 꽃피운 불교 미술 보고

엘로라 석굴이 3개 종교가 한데 어우러진 곳인 반면, 아잔타 석굴은 인도 불교문화를 꽃피운 불교 미술의 보고라 할 수 있다. 아우랑가바드에서 110㎞ 떨어진 곳에 위치한 아잔타는 와고레강이 흐르는 언덕 중턱에 29개의 석굴이 말발굽 모양의 골짜기를 따라 1.5㎞에 걸쳐 형성돼 있다.

아잔타는 기원전 2~1세기경에 건축된 전기 석굴군과 5~7세기에 건축된 후기 석굴군이 섞여 있다. 이곳 석굴 벽에는 붓다의 생애를 비롯해 불교 설화 등이 벽화와 조각 등으로 잘 담겨 있다. 1번 석굴은 아잔타에서 최고의 벽화를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연꽃을 들고 있는 보살인 보디사따바 빠드마따니와 부처의 생애를 비롯한 여러 설화를 접할 수 있는 곳이다. 2번 석굴에는 붓다의 전생과 이생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붓다를 안고 있는 마야 부인 옆으로 힌두교의 신인 브라흐마와 인드라가 같이 있어 눈길을 사로잡는다.

아잔타에서 꼭 봐야 할 석굴은 16번이다. 석굴의 규모는 작은 편이지만 내부에는 붓다의 이복동생인 난다가 출가를 결심하자 그의 아내인 순다리가 슬픔을 이기지 못해 죽었다는 '빈사의 공주' 이야기가 정교하게 조각돼 있다.

아잔타 석굴 벽화를 찍은 사진집을 펴낸 인도 사진작가 베노이 K 벨은 "아잔타 벽화는 르네상스 시기 유럽에서 꽃피운 프레스코 벽화에 비견된다"고 했다.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작가 네이딘 고디머 씨는 1997년 아잔타 석굴을 둘러본 후 "친구들에게 시스티나 성당은 잊어버리고 아잔타 석굴을 보라고 하겠다"고 극찬했다.

◆인도의 고민, 세계유산 보존과 지역 관광자원 활용

인도의 석굴 유적들은 대부분 숱한 종교적 변천을 거치면서 이슬람교도와 지역 주민들에 의해 상당 부분 훼손되고 도굴됐다. 엘로라 석굴 유적의 불상과 코끼리 등 각종 종교적 상징 조형물들은 대부분 중요 부분이 깨지거나 훼손돼 온전한 형체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다.

엘로라 석굴 관리 담당 학예사인 나뜨아난드(Nithanand)씨는 "엘로라 석굴은 최고 수천여 년이 흘렀지만, 석굴 안에 불상 등이 조각돼 자연적 훼손은 피할 수 있었다. 그러나 타 종교인들로부터 중요한 부위가 파손됐다"며 "지금은 많은 관광객과 종교 순례자들이 찾지만 인위적 훼손을 최대한 방지하는 데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엘로라와 달리 아잔타는 5세기 말 하리세나 왕이 갑자기 숨지고 힌두교에 밀린 불교가 쇠퇴하면서 잊혔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원형을 유지해오고 있다. 게다가 오랜 세월 숲 속에 묻혀 있었던 것도 훼손을 피해간 이유다.

하지만 세계유산으로 지정되면서 이곳은 하루 평균 1천여 명의 관광객이 찾고 있다. 인도 당국은 차량 매연이 석굴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유적 1.6㎞ 이내에서는 천연가스 버스만 운행한다. 관광객은 바닥 보호를 위해 신발을 벗고 석굴에 들어가야 한다.

유네스코 델리 사무소 차뚤부즈 싱그 씨는 "아잔타 석굴은 관광지이면서도 지역적 재산, 보존이라는 세 가지의 관점을 동시에 갖고 있다"며 "세계유산인 불교 유적 석굴의 진수를 관광화해 지역 경제를 살리는 동시에 유산을 보존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들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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