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고사 위기에 놓인 대구 유일 '천년 느티나무'

북구 연경동 공공주택지구에 위치, 도로 개설로 배수 제대로 안 돼

1982년 보호수로 지정된 높이 17m, 나무 둘레 6.8m 크기의 대구 북구 연경동 공공주택지구 공사장에 있는 수령 1천 년 느티나무가 인접 도로 개설로 인한 배수 문제로 고사할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msnet.co.kr
1982년 보호수로 지정된 높이 17m, 나무 둘레 6.8m 크기의 대구 북구 연경동 공공주택지구 공사장에 있는 수령 1천 년 느티나무가 인접 도로 개설로 인한 배수 문제로 고사할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msnet.co.kr

대구 북구 연경동 공공주택지구에 있는 '천년 느티나무'(대구 보호수 5-1)가 고사 위기에 놓여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982년 보호수로 지정된 이 느티나무(높이 17m, 나무 둘레 6.8m)는 대구시가 관리하는 노거수(老巨樹) 304그루 가운데 수령 1천 년이 넘는 유일한 나무다. 바로 옆에는 수령 300년의 청년(?) 나무가 나란히 서 있다.

하지만 최근 시행사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나무 바로 앞에 도로를 개설하면서 배수 문제로 고사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현장을 답사한 '푸른 대구 가꾸기 시민모임' 김상기 이사는 "도로 개설로 나무 주변 지면이 낮아져서 비가 오면 물이 나무쪽으로 흘러드는 구조가 됐다"며 "배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나무뿌리가 상할 수밖에 없다"고 걱정했다.

인근에 들어서는 건축물도 나무 생육에 악영향을 주는 요인이다. 고층 아파트와 학교 등이 들어서면 나무에 필요한 일조량이 줄고 건물 복사열로 성장에 지장을 준다는 얘기다. 김 이사는 "맨눈으로 볼 때는 생육 상태가 좋아 보이지만 주변이 개발되면 환경이 급변할 수밖에 없다"며 "서서히 죽어가기 전에 행정 조치가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북구청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북구청 관계자는 "현장 조사에서 나무 앞에 성토한 도로가 난 것을 확인했다. 나무와 도로 사이 배수시설은 필수이고 학교로 예정된 북쪽 부지도 지면 높이를 맞춰야 한다"며 "주민들의 애착이 큰 나무인 만큼 생육 환경에 지장이 없도록 LH 측에 협조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LH 측은 홍수 등 재해 예방을 위해 인근 연경천 제방에 도로 높이를 맞추다 보니 일부 성토가 불가피했다고 설명했다. LH 관계자는 "애초 사업지구 설계 때부터 나무 주변은 경관녹지로 확보해 배수시설을 갖추는 등 보호 방안이 마련된 상태였다"면서도 "주민과 관할 구청 등에서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어 녹지 면적을 넓히는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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