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화가에게 기독교 단체에서 그림 주문이 들어왔다. 천사를 그려 달라는 것이다. 화가는 그림 소재를 찾기 위해 몇 년간 돌아다니다가 어느 소년을 발견하고 감탄했다. 그 얼굴이 화가가 그리고자 하던 천사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다. 맑고 순수하고 아름다운 그의 얼굴은 화가의 손을 거쳐 거룩한 천사로 탄생했다.
그 후 수십 년이 흘렀다. 이번에는 화가에게 악마를 그려 달라는 주문이 들어왔다. 화가는 몇 년간 고심하다가, 길거리에서 구걸하고 있는 어느 걸인을 보고 탄복했다. 그 얼굴은 영락없는 악마였다. 화가는 그 걸인의 얼굴을 그려 악마를 완성했다. 그런데 모델료를 지불하는 날, 걸인이 화가에게 말했다. "저를 모르시겠습니까. 저는 수십 년 전 당신의 천사 그림 모델이 되었던 소년입니다." 깜짝 놀란 화가는 걸인의 얼굴을 자세히 보았다. 그 옛날 천사였던 그 소년이었다. 화가는 한탄했다. 어떻게 한 사람의 얼굴이 이렇게까지 바뀔 수 있단 말인가. 그렇다. 인간은 주어지는 환경에 따라 천사에서부터 악마까지 변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인간이 추구하는 선은 무엇이며, 민주사회는 어떠한 것인가.
첫째, 인간은 동물과 달리 반군거 동물이며, 욕망과 충동 중 일부는 사회적이고, 일부는 독거적이다. 인간은 사회 활동을 통해서 살아가지만, 집단에서 하는 조직적인 활동에서 자기의 중요한 본질을 희생하였다고 느낀다. 그러므로 집단생활에서 생기는 불쾌감을 보상하기 위해, 집단이 얻은 이익의 몫을 분배받아, 그것으로 자기의 자유로운 사생활을 즐기는 것이다. 가정이 바로 그 단위이다.
둘째, 인간은 미래를 염려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미래를 염려하는 마음, 이것은 미래의 즐거움을 위하여 현재의 불쾌한 일을 견디는 행위를 포함한 것을 말하는데. 우리가 누리는 문화는 대부분 이 능력에서 비롯된 것이다. 교육, 저축, 보험, 군사력, 재난 방지도 거의가 다 미래를 염려하는 마음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종교에서 말하는 천국, 극락 등 죽어서 가는 저승세계도 이 능력에서 생겨난 것이다.
셋째, 인간의 욕망은 무한하다는 것이다. 다른 어떠한 생명체도 일정량을 먹으면 휴식을 하고 소화를 한다. 그러나 인간은 배가 터지도록 먹고 마시며, 심지어 술을 너무 마셔 죽음에까지 이르는 경우도 있다. 역사에 나타나는 칭기즈칸의 세계 대정복도 욕망의 무한성을 보여주는 한 예다. 미국은 서부로, 서부로 가다가 태평양으로 가고, 이제 우주로 가고 있다. 인간에게는 누구나 욕망의 빅뱅이 있다.
넷째, 인간은 다른 동물과는 달리 지성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동물과 마찬가지로 인간 활동의 동인이 되는 충동은 지성과 항상 충돌을 한다. 그러나 인간의 지성은 충동이 때론 자멸적이라는 것을 안다. 그래서 어떤 충동은 억제하고, 어떤 충동은 고무한다.
다섯째, 현대인이 추구해야 하는 일반 선과 민주사회는 무엇인가. 지금까지 선은 주로 자기가 속한 사회의 계급에 의해 만들어졌다.
예를 들면, 왕권 시대에는 신과 왕의 권리가 선이었으며, 마르크스는 무산계급의 단결과 이익을 선이라 했다. 그러나 이런 선은 비합리적이고 서로 충돌하므로 일반 선이 될 수 없다. 일반 선은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산출하는 공리주의적인 선이 되어야 한다. 개인이나 집단의 화합과 결합을 조장하는 선이 현대의 일반 선이다. 사회 전반에 걸쳐 모든 영역에서 극기나 자기부정의 충동에서 형성되는 파괴적인 정서가 없어지고, 상생하는 창조적인 정서가 형성될 때 일반 선이 실천되고, 비로소 건전한 민주 사회가 이루어진다.
댓글 많은 뉴스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5·18묘지 참배 가로막힌 한덕수 "저도 호남 사람…서로 사랑해야" 호소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민주당 "李 유죄 판단 대법관 10명 탄핵하자"…국힘 "이성 잃었다"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