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백색 도시

인터넷 지도나 구글어스로 우리나라 특히 도시지역 2D 위성사진을 보면 두 가지 색깔이 크게 눈에 띈다. 그린과 블루다. 녹색은 아파트 등 주택을 대표하는 색이고, 블루는 공장이나 창고다. 산업단지가 밀집한 대구 북'서구와 달서구, 구미시는 하늘색의 면적이 매우 넓다. 진량'자인 등 경산 지역도 논밭 한가운데 마치 섬처럼 여기저기 푸른색 지붕의 공단이 흩어져 있다.

이런 현상은 유독 한국과 중국에만 나타난다. 일본'대만의 위성사진에서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천편일률적인 녹색과 하늘색 지붕은 공간의 전체적인 조화나 정체성 등 이미지를 왜곡하고 도시 개성마저 떨어뜨리고 있다.

대다수 국내 주택의 지붕이 녹색인 것은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는 방수 페인트가 원인이다. 패널로 된 공장 지붕도 청량감을 이유로 하늘색 방수'방청 페인트로 도색한 때문이다. 이는 사람이 색을 통해 인식하는 미적 관념과 환경적인 영향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결과다. 별 생각 없이 남들과 똑같은 색을 칠하다 보니 벌어진 현상이다.

지붕 색깔만 바꿔도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다는 '쿨 루프'(Cool Roof) 개념이 조금씩 확산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민간단체를 중심으로 '하얀 지붕' 캠페인을 진행 중인데 지구의 날인 4월 22일부터 하지(6월 21일)까지 매년 총 61일간 캠페인을 벌인다. 최근에는 페인트 회사도 동참해 사회복지시설, 청년층이 주로 거주하는 옥탑방에 흰색 차열 페인트를 무료 시공해주고 있다.

햇빛을 일부만 반사시키는 검정'녹색 지붕에 비해 흰색 지붕은 최대 85%를 반사한다. 실제 온도를 측정해보니 흰색을 칠한 곳과 아닌 곳의 온도가 10℃ 넘게 차이가 났다. 단열이 쉽지 않은 옥탑방이나 꼭대기층의 흰색 효과는 더 크다. 자연히 건물 온도가 떨어지고 열섬 현상도 완화돼 스모그도 감소한다. 냉방 전기요금도 20%가량 절약된다는 통계도 있다.

'쿨 루프' 캠페인은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뉴욕시는 2010년부터 캠페인을 시작했고, 최근 서울시 등 전 세계 40개 도시가 '화이트 루프 쿨 시티'(White Roof Cool City) 프로그램을 확산 중이다. 연일 수은주가 30도를 넘어서는 요즘 대구경북도 지중해의 산토리니 정도는 아니더라도 지붕 색깔을 점차 흰색으로 바꿔 '백색 도시'로 이미지를 만들면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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