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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영의 근대문학을 읽다] '바다의 꿈'과 1939년의 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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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케레코드사에서 발매된
오케레코드사에서 발매된 '바다의 꿈'.

식민지 조선에도 일상은 있었다. 여름이 되면 신문은 앞다투어 '바다로!'를 내건 기사를 실었고 부산 송도, 인천 월미도, 원산 송도원 명사십리에 해수욕장이 개장되었다. 사람들은 해수욕장에 개설된 '활동사진관'에서 아이스 커피나 아이스 멜론을 마시며 '활동사진'을 보거나 해변에서 비치볼을 했다. 수영이 서툰 사람은 해수욕장에서 제공하는 수영 강습을 받았다. 또 한 무리의 사람은 해수욕장과 연계된 온천장으로 가서 온천을 하기도 했다. 삶의 여유와 한여름의 낭만이 그곳에는 있었다. 물론, 가난한 식민지 조선 현실에서 그런 호화로운 유흥이 가당키나 한 것이냐고 누군가 비판하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그런 낭만 정도는 식민지 조선에도 있었다.

이난영의 '바다의 꿈'은 한여름 해수욕장 풍경을 담은 유행가이다. 당시 미국에서 유행하던 스윙재즈 리듬을 활용한 이 노래가 오케레코드사에서 발매된 것은 1939년 9월이었다. 흥겨운 음률만큼이나 와세다대학 불문과 출신 시인 조명암이 쓴 노래 가사 역시 흥겹다. "여름, 여름, 여름엔 바람도 더운 바람. 구슬 같은 땀방울이 얼굴에 송골송골. 아가씨, 도련님 얼음 사탕은 굳으면 맛있게 깨물어 먹자. 아이스크림. 아이스 오렌지. 돌아가는 선풍기. 여름은 시원해. 사이다를 마시며 춤추자 해수욕장. 시원하게 춤을 추자 해수욕장"이라는 1절에 이어 2, 3절 역시 해수욕장의 경쾌한 풍경을 담고 있다.

'바다의 꿈'에 흐르는 스윙재즈의 흥겨운 음률과 달리, 그해 조선의 현실은 암울했다. 소나기 내리기 직전 한여름 어느 날처럼, 습기와 저기압이 공기 흐름까지 막은 듯한 숨 막히는 날이 이어지고 있었다. 중일 전쟁이 일어난 지 일 년 반이 지날 무렵이었다. 일제가 승기를 잡았던 초반 전세와 달리, 전쟁은 답보 상태에 빠져들고 있었다. 더위가 시작되던 6월, 조선 청년 이인석이 중국 산시성 전투에서 전사한 것을 시작으로 일제는 조선 청년의 참전을 독려하고 있었다.

이해에도 변함없이 해수욕장이 개장되었지만, 조선 청년들에게 해수욕의 낭만을 즐길 여유 따위는 남아있지 않았다. 9월 독일이 폴란드를 침공하면서 전쟁의 기운이 식민지 조선의 일상에도 스멀스멀 스며들고 있었다. 희망 없는 시대였다. 그래서인지 노래는 "시원스런 꿈이나 꾸자"는 자조적 표현으로 끝을 맺는다. 그러나 꿈은 꿈일 뿐, 꿈이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때로는 유행가가 소설이나 시보다 대중의 마음을 더 잘 반영하기도 하지만 역시나 유행가는 유행가일 수밖에 없다.

삶의 어떤 상황에서도 냉소와 판타지가 해결해낼 수 있는 것은 없다. 판타지에 마음을 의탁하는 대신, 마지막까지 삶을 정확하게 응시하고자 하는 치열한 응전력! 어쩌면 유행가와 문학의 근본적 차이는 거기에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것이야말로 문학의 위기가 거론되는 이 시대, 문학이 살아남아야 하고,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이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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